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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태화의 현장에서] 조국, 진보 그리고 가짜 진보

‘20대에 진보적이지 않으면 심장이 없는 사람’이라는 말이 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논란 국면에서 해당 격언을 도입해보자면 대한민국 20대 과반은 심장이 없다.

20대는 문재인 정부의 상징이라는 조 후보자에 대해 어느 세대보다 부정적이다. 앞선 한 여론조사에서는 가장 보수적인 세대로 평가 받는 60대 이상보다도 부정여론이 높게 나타났다.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심장은 다 어디로 갔을까.

20대가 분노했던 시절이 3년 전 쯤에도 있었다. 정치적인 관점으로 보면 그때 20대는 진보주의자였다. 문재인 정부를 누구보다 지지했다. 그 핵심에는 최순실 게이트가 있었다. 최순실 씨는 아무런 검증없이 비선실세란 대한민국 최고 권력을 얻었다. 그 딸 정유라 씨는 입시비리 의혹에 얽혔다. 이화여자대학교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고 나왔고, 각종 시국선언이 뒤따랐다. 촛불여론의 확산은 이후 겉잡을 수 없이 퍼졌다. 반칙에 대한 저항정신이다. 20대에게 촛불의 시대정신은 공정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외침이었던 셈이다. 문재인 정부는 그렇게 탄생했다.

조 후보자는 누구보다 기회의 평등을 부르짖었던 진보 지식인이다. 그래서 그가 문 정부의 민정수석 자리에 올랐을 때 다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그의 글에 기초해 조 후보자를 판단했다.

최순실 게이트 때 그는 각종 방법을 동원해 최순실 일가를 비판했다. 그런 그는 적어도 자신의 자녀 입시에 있어선 한점 의혹도 없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보니 모든 삶이 그렇지는 않았다고 했다. 조 후보자는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내 소신을 삶에 관철시키지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가 딸에게 최대한의 이익을 누리게 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인가. 상당수 부모가 그렇게 했고, 앞으로도 자식을 위해서라면 그렇게 할 것이다. 그것이 그릇된 제도라고 해도 그렇게 할 것이다.

조 후보자도 그 제도가 그릇된 줄 알면서 그렇게 했다. “잘못된 입시제도”라고 했다. 입으론 잘못됐다고 하고 딸은 그 제도를 충실히 따르게 했다. 일반인이라면 문제가 없다. 조 후보자의 말에 따른다면 불법도 아니지 않은가.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장관으로 문재인 정부 전면에 나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상황이 이 지경이 되니 국정농단의 핵심인 최순실 씨까지 나섰다. ‘조국이랑 나랑 다를 것이 뭐냐’는 것이다. 최순실 씨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딸이 전무후무한 모든 과정의 프리패스한 것을 저 법을 잘 안다는 사람들이 덮으려고 하는가”라며 “(우리 딸도) 협박을 받으면서 두려움과 고통에 떨었다”고 했다. 조 후보자도 앞선 기자간담회에서 “밤 10시에 혼자 사는 딸 문을 두드리는 기자들이 있다”며 울먹였다. 딸 아이는 건드리지 말아달라는 것이다.

엉망진창으로 정국이 전개되자 남은 것은 편가르기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에서 조국 수호를 천명했고, 자칭 인터넷 진보전사들이 나섰다. 민주당 내부에서 소신발언이라도 하려고 하면 비판이 쏟아진다. 욕설 문자는 기본이다. 실시간 검색어엔 조 후보자 옹호 발언이 올라간다. 뒤엔 비판 검색어가 따라붙는다. 댓글전투가 난무하고, 조 후보자를 비판하고 낙마해야 한다고 하면 진보가 아니라고 한다. ‘분열하면 망한다, 뭉쳐야 진보가 산다’는 결기가 난무한다. 그럼 3년 전 촛불을 든 20대는 이제 진보세력이 아닌가.

청년세대가 변한 것이 아니다. 청년의 시대정신은 그때도 지금도 변함이 없다. 반칙하지 말라는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발언으로 요약된다.

시대정신에 따라 문재인 정부는 기회의 평등을 약속했다. 그런데 지금 조 후보자 일가 위주로 불거진 의혹은 기회의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 조 후보자는 “혜택을 누렸다”고 했다.

20대는 왜 조 후보자의 딸은 특별한 혜택을 받아야 하는 사람인지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아니, 한 취업준비생의 말을 정확히 전달해보련다. “왜 저런 사람을 꼭 장관 시켜야 되냐. 이쯤되면 저 사람이 가짜 진보 아니야?”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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