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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도 돌려세운 GA…다음 손 볼 상대는 금융당국(?)
불매운동으로 설계사 빼가기 제지
점유율 좌지우지…보험사 ‘乙’전락
당국 모집 수수료개편도 견제효과

[헤럴드경제=한희라 기자]보험대리점(GA)이 ‘삼성’을 돌려세웠다. 손해보험업계 ‘지존’이던 삼성화재가 이번달 도입하려고 했던 설계사 모집 정책을 GA의 반발에 포기했다. GA의 다음 목표는 모집수수료 개편을 추진 중인 금융당국이다. 전국적인 설계사 조직을 가진 GA가 대형보험사는 물론 금융행정권까지 꺾으며 보험생태계의 최강포식자로 등극할 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활동형과 실적형 중 선택할 수 있는 신규 모집 설계사에 대한 수수료 개편안을 9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다. 이 가운데 상품 판매에 따라 월 보험료의 최대 1200%를 지급하는 실적형 방식이 문제가 됐다. GA 업계는 1위사인 삼성이 GA의 수수료 방식과 유사한 실적형을 적용하면 GA 소속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이어 대형 GA를 중심으로 삼성화재 불매운동을 선언했고 메리츠화재에 대해서도 10월 불매운동을 예고했다. 메리츠화재가 수수료 인상으로 설계사를 대거 모집한다는 불만과 함께, 삼성화재 불매로 인한 반사이익을 사전에 차단한다는 포석이다. 삼성화재는 일단 실적형 수수료 방식을 철회했고, 메리츠화재는 GA의 눈치를 보고 있다.

삼성화재의 원수보험료 대비 순수 GA 의존도는 3월말 기준 10%미만이다. 10대 손보사 평균(47.4%)에 비해 낮은 편이지만 1조8592억원의 보험료가 GA 등 대리점을 통해 들어온다. 특히 메리츠화재와 시장점유 경쟁을 벌이고 장기인보험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GA가 중요하다. 상해·질병 등 사람의 신체나 생명에 관한 위험을 보장하는 장기인보험은 상품 구성이 복잡해 설계사를 통한 가입이 많다. 메리츠화재의 GA 등 대리점 의존도는 3월 기준 58.6%다.

이번 GA의 ‘강수’를 두고 궁극적으로는 당국을 겨냥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달 2일 보장성 보험 판매 시 설계사에 지급하는 첫해 수수료를 시책(특별수당)을 포함해 월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한다는 내용의 보험업 감독규정 일부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현재는 최대 1700%까지 지급할 수 있다. GA가 훨씬 높은 수수료를 주면서 보험사 소속 설계사들의 대거 이동을 촉발해 지난해에는 GA 설계사 수가 보험사를 추월했다. 이번 수수료 개정안에 대형 보험사들의 의견이 반영됐다는 불만이 GA업계에서 팽배하다.

GA는 전국적인 설계사 조직을 갖고 있어 정치인들이 무시하기 어려운 세력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GA들이 정치인을 압박, 금융당국의 수수료 개편안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렇게 되면 GA는 대형보험사는 물론 금융당국까지 무릎 꿇리며 보험생태계의 ‘최강포식자’가 될 수 있다.

손보업계 관계자는 “최저 임금 보장 등을 고려해 만든 획기적인 수수료 방안이었지만 GA 모델과 비슷하다며 (GA업계가) 불편해 하니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손보업계 관계자는 “좋든 싫든 GA와 잘 공생하는 것이 시장에서 살아남는 길이 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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