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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자유의지에 의한 일본 제품 불매운동

  • 기사입력 2019-09-03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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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품은 얼핏 보기에는 자명하고 평범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석해보면 그것은 형이상학적인 섬세함과 신학적인 심술궂음으로 가득 찬 매우 기괴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우리 국민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보면서 떠오른 마르크스 ‘자본’의 한 문장이다.

불매운동은 국경을 초월한 가장 강력한 무기다. 가치는 생산과정에서 창조된다. 하지만 그 가치는 지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존재하게 될 것”으로, 전미래의 시간성으로만 존재한다. 예를 들면, 일본에서 생산되고 있는 자동차 중 일부는 한국에서 ‘주인’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목숨을 건 도약’을 준비하면서 조립된다. 이 목숨을 건 도약이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상당부분 좌절되고 있다.

기자도 최근 20년 타던 차를 바꿨다. 처음엔 일본 수입차 하이브리드 모델로 결정했다. 계약금과 차량 인도시기를 조율하던 중 아베의 의뭉스러운 수출규제 조치가 내려졌다. 가성비 좋은 차여서 솔직히 한참을 망설였다. 일본 수입차의 성능이나 가격 경쟁력을 보면 한국 완성차업계의 경영진이나 노조도 아프게 반성할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수입자동차는 2018년 한 해 4만5253대가 수입됐다. 수입자동차 시장에서 17.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물론 2018년 전 세계 1위인 도요타 코롤라 판매량이 110만여대인 것을 감안하면 한국의 일본차 수입량은 적은 규모다. 하지만 일본차 한 대 평균 가격을 4000만원으로 잡아도 5만대면 어림잡아 20조원에 이른다. 송도에서 서울역을 거쳐 마석에 이르는 GTX-B 구간 80Km노선 건설 비용이 5조7000억임을 감안하면 20조원은 결코 적지 않다. 이 부분이 매년 매출에서 빠진다면 일본 완성차 기업의 내상은 생각보다 깊을 것이다. 일본차 불매운동 여파로 국내 7월 판매량은 6월 3946대에 비해 32.2% 감소한 2674대로 나타났다. 여행객도 줄었다. 국토부가 집계한 항공통계에 따르면 8월 한·일 항공노선 승객은 작년 8월과 비교해 2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국민은 허먼 멜빌의 ‘바틀비’처럼, ‘~~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는 것을 좋아하는’ 선택지를 골라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은 그 자체로 절대적으로 무조건적으로 자유롭다고 한다. 그 자유의지의 위대성이 두 달 넘게 우리의 불매운동을 추동하고 있다.

원인은 결과보다 늦게 온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한국 반도체를 협공하기 위한 미일 간의 합작설이 구체적 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AI시대의 핵심부품인 반도체 분야에서 한국의 독주를 더 이상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기술민족주의가 코앞으로 다가와 우리의 미래를 위협하고 있다.

국가는 이성적인 인륜체계이다. 감정과 열정에 사로잡힌 체계는 국가를 망친다. 200년 전 헤겔이 ‘법철학’에서 설파한 말이다. 한국적인 상황에 이렇게 들어맞을 수가 없다. 이성은 헤겔에겐 절대자의 목소리다. 위기일수록 절대자의 목소리를 듣듯 냉혹하리만큼 냉정해야 한다. 아우슈비츠의 트라우마를 겪은 이스라엘인들은 독일차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의 혹독한 고통을 거친 한국인은 어느 길로 가야 하는가? 자유의지가 섬세하고 심술궂은 상품을 이겨낼 수 있을까? k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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