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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증하는 디플레 우려]마이너스 물가, 연말까지 지속…"디플레 가능성 배제 못해"
유례없는 '마이너스 물가', 11월까지 이어진다
디플레이션 논쟁…"소주성 영향 vs 저성장 탓"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7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하던 물가 상승률이 사상 처음 '사실상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다. 저물가와 저성장이 만나 결국 '일본식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3일 통계청에 따르면 과거 전례가 없었던 '마이너스 물가'는 올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기저효과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지난해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비 1%대를 유지하다 9~11월 2%대로 상승했다. 이 기간 농·축·수산물 가격이 7~8% 상승한 영향이다.

통계청은 이날 이례적으로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기저효과에 대해 꼼꼼하게 설명했다. 지난해와 달리 올해 농·축·수산물 가격, 국제유가 등이 크게 하락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실제보다 왜곡돼 나타났다는 해석이었다.

실제로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8% 상승했다. 0%대를 기록했지만 마이너스는 면한 셈이다.

장기간 나타나고 있는 저물가 현상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낮은 공급 측 물가 영향으로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복지 확대, 부동산 시장 억제책 등이 시행돼 공급측 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농·축·수산물, 유가 하락으로 인한 기저효과와 복지 확대 등 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대략 1%대 초반을 기록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도 이달 물가상승 요인 0.92%포인트를 공급측 요인이 -0.74%포인트, 정책적 요인이 -0.20%포인트 상쇄시켰다고 분석했다.

외부 전문가들도 이같은 정부의 분석에 일부 동의하면서도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한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에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오는 4분기 경제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1%대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보인다"며 "그럼 올 4분기엔 성장률도 부진하고 물가도 역대 최저치를 기록해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향후 도소매판매나 투자 등 수요 측 물가가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디플레이션이 왔다고 판단할 수 있다"며 "현 상황은 준(準)디플레이션 정도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물가가 계속 떨어지는 디플레이션은 주로 수요가 공급보다 빠르게 감소할 때 나타난다. 물건이 잘 팔리지 않으면 기업들은 물건값을 더 내린다. 가계나 기업 등 경제활동 주체는 물가 하락을 예상해 소비와 투자를 더 미루는 현상이 나타난다. 1990년 이후 일본에서 나타난 '잃어버린 20년'의 모습이다.

결국 낮은 공급 측 물가와 저성장에 따른 수요 부족, 두 가지 원인 모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어느 영향이 더 우세하냐에 따라 현 저물가 현상을 진단하고 제시하는 해결책이 달라진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통해 수요 부족 현상 문제를 지적하고 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하준경 한양대 교수는 "아직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하 교수는 "마이너스 물가가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디플레이션으로 볼 수 있다"며 "복지 확대 등 요인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추가적인 물가 하락을 만들 수 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 수요가 부족한 것은 맞다"며 "재정으로 수요를 보충하고 있어 버티고 있지만 향후 물가는 정책을 어떻게 펼치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연간 물가상승률은 1%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9년(0.8%), 2015년(0.7%)에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앞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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