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점증하는 디플레 우려] 소비자물가 사실상 사상 첫 마이너스…전년대비 -0.038%,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통계청 ‘8월 소비자물가’ 발표…수요부진에 농산물·석유류 하락 겹쳐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 집계로는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대비 0.0%를 기록했지만, 소수점 세자리까지 계산하면 -0.038%로 1965년 소비자물가 지수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첫 마이너스다.

이는 경기 둔화에 따른 전반적인 수요 부진으로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달에는 농산물 가격이 급락하고 국제유가의 안정 및 유류세 인하 등의 정책적 효과가 복합됐기 때문이다. 특히 1년 전인 지난해 8월 폭염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과 유가 강세의 기저효과가 큰 영향을 미쳤다.

수출과 소비 부진 등 경기가 둔화되는 가운데 물가가 사실상 첫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우리경제가 디플레이션(deflation)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조되고 있다. 아직은 상품과 서비스 물가가 전반적·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디플레 단계라고 보기 어렵지만, 이의 전단계인 ‘불황형 디스인플레이션(disinflation)’ 국면에 진입한 것으로 보여 통화 및 정책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3일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지수는 104.81(2015년=100)로 전년동월(104.85)에 대비한 공식 물가 상승률은 0.0%를 기록했다. 소수점 아래까지 계산하면 -0.038%였다. 소비자물가가 0%에 머문 것은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다. 이전의 물가 상승률 최저치는 외화위기 이후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급등)했던 1999년 2월의 0.2%였다.

소비자물가는 올 1월 0.8%를 기록하며 0%대에 진입한 이후 7월까지 7개월 연속 0%대를 지속하다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의 마이너스로 주저앉은 것이다. 물가상승률이 8개월 연속 0%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유가가 크게 하락했던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최장 기록이다.

농산물과 석유류가 물가를 끌어내리는 결정적 역할을 했다. 지난달 농산물은 양호한 기상 여건 등으로 작황이 호조를 보이며 가격이 1년 전보다 11.4% 급락해 전체 물가를 0.53% 끌어내렸다.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8월 농산물 가격이 9.3% 급등했던 데 따른 기저효과도 큰 역할을 했다.

석유류 가격도 전년동월대비 6.6%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30% 끌어내렸다. 국제유가의 하향 안정으로 자동차용 LPG가 12.0% 하락한 것을 비롯해 휘발류(-7.7%), 경우(-4.6%) 등이 모두 하락세를 보였다. 여기에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조치를 8월말까지 연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이에 반해 외식(1.7%)을 포함한 개인서비스 물가가 1.8% 오르며 전체 물가를 0.59%포인트 끌어올렸다. 공업제품 중 가공식품 물가도 2.1% 오르며 전체 물가에 0.15%포인트의 영향을 미쳤다.

이처럼 소비자물가가 사상 처음으로 사실상 하락하며 디플레이션 논란이 일자 통계청은 보도 참고자료를 통해 “지난해 크게 올랐던 농축수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크게 하락하면서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며 “상품 및 서비스 전반의 지속적인 물가하락으로 정의되는 디플레이션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통계청은 또 전체 460개 물가 조사대상 품목 중 지난달 물가가 하락한 품목은 151개로 1년 전에 비해 29개 증가했으나, 대부분이 농축수산물(25→47개)과 석유류 부문(1→5개)이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을 디플레 국면으로 단정하긴 어렵지만, 이의 전단계인 디스인플레이션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 향후 디플레로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경기 위축으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부진 속에 부동산 시장 등의 침체가 겹칠 경우 디플레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hj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