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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술위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유감" 성명서 발표
2일 박종관 예술위 위원장 비롯 10인 예술위원 공동발의
"검열과 통제로 예술 표현 억압은 어리석은 행위"
일본 아이치 현에서 열린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 그 후'가 개막 3일만에 전시를 중단했다. 해당 전시엔 평화의 소녀상(사진)을 비롯 일본 천황을 비판하는 작업들이 함께 선보였다. [사진=연합뉴스]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가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측에 '평화의 소녀상'전시 중단을 놓고 강력한 유감을 2일 표명했다.

예술위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검열과 통제, 폭력과 협박을 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예술표현을 억압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 어리석은 행위들이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았음을 우리는 기억한다”며 아이치 트리엔날레 주최 측에 전시 재개를 촉구했다.

지난달 1일 개막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에서는 김운성·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 20여점이 전시됐다. 그러나 불과 사흘 만에 일본 내 여론과 정치인들의 압박에 밀려 전시가 중단된 뒤 아직까지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한국은 물론 각국의 예술가와 전시 관계자들은 아이치트리엔날레의 이 같은 결정을 비판해 왔다. 한편 이번 예술위의 성명에는 박종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해 강윤주·강홍구·김기봉·김혁수·나종영·이종영·이승정·이희경·조기숙·최창주 등 예술위 위원들 이름으로 공동 발의됐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

vicky@heraldcorp.com

「표현의 부자유-그후」, 평화의 소녀상 전시 중단 사태에 대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입장

우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표현의 자유가 가지는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고 기획전에 폭력과 협박을 내세워 압력을 가한 세력의 몰지각함과 함께 최후까지 작가와 전시를 보호해야할 의무를 포기하고 정치적압력에 굴복하여 임의로「평화의 소녀상」전시를 중단한 《아이치 트리엔날레》주최 측에 강력한 유감을 표하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힌다.

우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기억한다. 우리는 세계 대전 시기의 독일에서 나치의 이상과 어긋나는 예술가와 예술작품들을 퇴폐예술로 낙인찍어 모든 전시장으로부터 몰아낸 폭거를 기억한다. 우리는 문학작품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르다는 것에서 시작하여 예술을 비롯한 표현의 자유를 억압했던 이른바 문화대혁명을 기억한다. 우리는 최근 대한민국에서 예술인들의 자유로운 표현을 이유로 예술인들의 이름을 명단에 등재하고 국가차원에서 불이익을 주었던 블랙리스트 사건을 기억한다. 검열과 통제, 폭력과 협박을통해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예술표현을 억압할 수 있다고 믿었던 이 어리석은 행위들이 인류의 역사에 영원히 부끄러운 기록으로 남았음을 우리는 또한 잊지 않고 기억한다.

그리고 이제 또 하나의 부끄러운 기록이 역사에 기재되는 것에 우리는 우려를 담아 바라본다. 그 동안 금기시 되어왔던 주제를 다룬 예술표현들을 수합한〈표현의 부자유전-그후〉기획전에서「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한 예술 작품들의 전시가 외부의 압력으로 중단된 것이 그러하다. 표현의 부자유를 비판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가 역설적으로 다른 생각을 용인하는 표현의 자유를 훼손한 것이다.

예술은 시대의 지배적인 언어를 반복하고 답습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현에 의문을 품고 그 사이에서 누락된 부분을 보충한다. 정치가 감당하지 못하는 부분이 바로 예술의 영역이다. 그러므로 예술은 사회를 지배하는 어떤 태도가 있을 때 그와 충돌하는 다른 태도들이 가질 수 있는 최후의 피난처가 된다. 「표현의 부자유전」이 실행될 수 있다는 것은 사회 스스로 자신의 흠결을 물을 수 있다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건전성의 징표가 된다. 동시에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세계를 다른 방향으로 인식할 수 있는 새로운 시각이 생성된다. 자기 정당성이 부족한 사회일수록 두려움이 앞서 검열과 폭력을 통해 다른 생각을 억압하는 것이다. 정치적 사안을 이유로 검열을 금지하는 표현의 자유가 세계 각국의 헌법이 보장하는 최우선의 기본권인 까닭도 이와 동일하다. 허가를 전제로 한 예술 표현의 자유는 오늘날 불가능한 개념이다.

우리 한국문화예술위원회는 우리 시대가 또 다시 예술 표현의 자유를 지키지 못했다는 부끄러움을 감수하지 않기 위해《아이치 트리엔날레》의 처분에 동의하지 않으며「평화의 소녀상」을 비롯한 다른 예술작품들이 어떠한 조건 없이 즉각적으로 전시될 수 있기를 주최 측에 요청한다. 과오를 저지른 것은 사람이지만 그것을 수정할 수 있는 것 또한 사람이다. 그때까지 우리는 우리의 의견을 가능한 모든 곳에 전달하고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할 것이다. 부끄러움의 재생산은 이제 그만 둘 때가 되었으므로.

2019년 9월 2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박종관 강윤주 강홍구 김기봉 김혁수 나종영 이승정 이희경 조기숙 최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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