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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脫 한국 러시]사상 최대 해외투자, 유턴기업은 미미…韓 성장 위협하는 ‘경고음’ 곳곳
올해 1분기 해외직접투자 141억1000만달러 ‘분기 사상 최대’
제조업 해외투자는 57억9000만달러…전년동기 대비 2.4배↑
‘유턴기업’ 실적 저조, 2014~2018년 연평균 10.4개 ‘유턴’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전통적으로 수출 제조업 강점을 살려 경제 규모를 키워오던 우리나라는 최근 해외직접투자 최대 규모 달성과 국내투자 감소, 그리고 이른바 ‘유턴 기업’ 성과 저조로 성장 딜레마에 빠져 있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제조업 생산시설들은 한국의 촘촘한 규제를 피해 해외로 빠져나가고, 국내 설비투자는 지속 감소하면서 ‘2%대’ 잠재성장률마저도 위협받는 상황이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해외직접투자 동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 금액은 송금액 기준 141억1000만달러(17조1350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3억7000만달러(44.9%)나 증가했다.

이 가운데 제조업 해외투자는 1분기 57억9000만달러로 역시 전년 동기와 비교해 2.4배 수준으로 확대됐다. 업종별 분류에서도 전체 해외직접투자 가운데 제조업이 41%를 차지하며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수출 제조업 강국으로서 ‘메이드 인 코리아’ 위상을 높였던 기업들의 최근 ‘탈(脫) 한국’ 움직임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대됨에 따라 글로벌 M&A와 현지 생산공장 설립 등 해외투자를 확대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미중 무역분쟁 등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서 중국 등 아시아와 북미 직접투자가 크게 늘어나는 추세다. 1분기 아시아로의 해외직접투자는 51억80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1.1% 늘었고, 북미 지역으로의 해외직접투자는 41억7000만달러로 같은 기간 109.5%나 증가했다.

국내 제조 대기업들을 중심으로 해외진출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지난 5월 3조6000억원을 들여 건설한 미국 루이지애나 에탄크래커 공장을 준공했고,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 배터리 생산공장 착공한 바 있다. 또 삼성전자는 인도 스마트폰공장 증설을, 현대차와 기아차도 인도 공장 증설 및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국경 외 투자는 활발하지만 해외 사업을 축소하거나 철수하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유턴 기업’ 현황은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2013년 12월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지원에 관한 법률(유턴법)’ 시행 이후 2014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국내로 돌아온 기업 수는 52개, 연 평균 10.4개에 불과했다. 자유한국당 추경호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는 5월 기준 8개의 유턴기업이 추가됐다.

국내로 복귀한 총 60개의 기업 가운데 중견기업이 2개, 중소기업이 58개였고, 이들의 91.7%가 ‘사드(THAAD) 보복’ 여파로 중국에서 돌아온 기업들로 집계돼 일각에서는 유턴 기업의 취지에 백 퍼센트 부합하는 사례들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올해 1분기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7.4%나 감소하는 등 국내 투자도 한껏 위축되면서 한국의 잠재성장률까지 위협받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재계에서는 해외직접투자의 폭증과 국내투자 감소, 저조한 기업 유턴 성과 등이 부진한 규제 개혁과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들이 갈증을 느끼고 있는 노동 유연성 제고와 관련한 규제 완화 조치는 취해지지 않은 채 주52시간 근무제 등 친노동 정책이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 주요 국가와 법인세 역전 현상이 일어나는 등 국내 투자 요인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민간투자 활성화로 장기적인 국가 성장 방안을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리쇼어링 촉진역할을 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Harry Moser) 회장은 전경련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미국의 GDP 규모가 한국의 14배이고, 양국의 수출입 비중 구조가 상이해 한미간 단순 비교는 어렵다”며 “근본적으로 한국과 달리 수출보다 수입이 많은 무역구조를 가진 미국이 한국보다 리쇼어링 기회가 더 많은 것이 사실” 이라고 전제했다.

이어 지난 10년간 미국 대기업들의 리쇼어링이 많이 늘어난 이유에 대해, “중국 내 임금상승과 지적재산권 문제, 메이드 인 USA에 대한 소비자 선호 등이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미국 정부의 법인세 감면이 주효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의 리쇼어링 촉진역할을 하는 리쇼어링 이니셔티브의 해리 모저 회장은 한국이 유턴기업을 더 많이 유치하기 위해서는 ▷유턴 실적에 대한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DB관리 ▷국내기업의 해외공장 문제점 조사·기록 ▷숙련된 제조업 노동인력 관리 ▷제조업체에 TCO 산출 서비스 제공 등이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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