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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천대 길병원, ‘악화일로’ 예고
보건복지부 간부 수억원 뇌물·향응 제공 사실로 드러나
노사, 단체교섭 제대로 진행 안돼 파업 사태 재개 조짐
이길여 이사장 건강악화까지 이어져 ‘최대 위기’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가천대 길병원이 ‘악화일로’를 예고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간부에게 수억원 상당의 뇌물 및 향응을 제공한 혐의가 최근 대법원에서 사실로 밝혀져 뇌물을 이용한 정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병원으로 낙인돼 병원 위상에 먹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병원에서는 노사의 단체 교섭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지난해 말 병원 설립 60년만에 처음으로 벌어진 노조의 파업 사태가 다시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또한 병원 설립자 이길여(87) 가천길재단 이사장의 ‘건강악화설’이 알려지면서 후계자 양성이 시급할 상황인 이 때 길병원의 운명은 마치 ‘폭풍전야’를 연상케 할 만큼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길병원은 최근 수억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지난 24일 대법원 판결에서 밝혀졌다.

대법원은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보건복지부 전 국장급 공무원 H 씨에게 징역 8년에 벌금 4억원, 추징금 3억5800여만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는 길병원이 지난 2013년 보건복지부의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되기 위해 3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과 향응을 제공한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것이다.

H 씨는 복지부에 재직하면서 지난 2012년 길병원 측에 연구중심병원 선정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3억500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그는 길병원으로부터 골프 등 향응 접대를 받았고 길병원 법인카드로 유흥업소, 마사지업소, 스포츠클럽 등을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길병원은 다음해인 지난 2013년 연구중심병원으로 지정됐다.

또 길병원 노동조합(민주노총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가천대길병원지부)은 임금인상 등 사측과의 단체 교섭 진척이 없자, 병원 설립 60년 만인 지난 2018년 말 14일간의 파업이 다시 재개될 듯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조는 지난 28일 병원 본관 로비에서 조합원 250여 명이 참가한 가운데 ‘2019년 산별 현장 교섭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가천대 길병원 노조가 지난 28일 병원 로비에서 집회를 하고 있다.

이날 결의대회는 지난해 말 파업 후 노사가 1월 1일 단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6월 말 상견례를 시작으로 임금협상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지난 21일 8차 교섭까지 진척이 없는 상황에 대응한 노조의 행사이다.

사측은 교섭이 2개월 가까이 진행 중인데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임금 안을 내놓지 않고 있는데다가 노조 요구안 중 일부만 수용할 수 있다는 의사만 밝히고 있다.

노조는 “지난 2018년 국내 주요 사립대학병원 평균 인건비는 연간 의료수익의 45.68%다. 하지만 길병원은 35.2%에 불과하다”며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다른 병원에 비해 임금도 적게 받고 있기 때문에 적정한 임금 보장(임금 총액 15.3% 인상)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사측과의 교섭 진전이 없자, 지난 23일 지방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했다. 지노위 결정은 오는 9월 9일 나올 예정이다. 노조는 쟁의권 확보를 앞두고 내달 3일부터 3일간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일 예정이다.

강수진 노조지부장은 “병원장은 작년 단체 교섭때 3년 안에 다른 병원 수준으로 임금을 올리겠다고 약속했고 또 지난 1월 1일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한 후 현장으로 돌아가면 단협이 잘 지켜지고 인력도 충원될 줄 믿었는데 사실상 그렇치 못했다”며 “따라서 현장에는 여전히 인력이 부족해 힘들게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측은 병원을 위해서라면 뇌물과 향응 제공도 마다하지 않는데 반해 직원들의 대우 등 근로조건에 대해서는 너무나도 인색하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날 행사 집회 후 조합원들이 귀가하는데 병원 주변에서 사측 직원들이 조합원들을 붙잡고 노조 탈퇴를 종용했다고 주장했다.

이런 상황속에서 이길여 이사장은 지난 6월 서울 모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데다가 최근에는 길병원에서 관절 수술도 받았다. 이처럼 이 이사장은 고령의 나이로 인해 건강 상태가 예전만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대해 길병원 심재앙 홍보실장은 “관절 수술은 받았지만 서울에서의 수술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아직까지 건강에는 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길병원은 그동안 각종 의료사고로 인해 ‘의료 신용’에 있어 최대 위기를 맞았고, 병원측에서 ‘돌연사’를 주장했던 전문의 사망이 ‘과로사’로 밝혀지면서 이에 따른 전문의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또한 큰 문제점으로 도출돼 원성을 사기도 했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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