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원주 ‘핫팬츠男’은 즉심 회부…입법 보완 필요

슈퍼마켓 하의실종男, 항소심서도 무죄받은 이유
수원지방법원 [연합]

[헤럴드경제=박승원 기자] 여러 손님이 있는 슈퍼마켓에서 주요 부위가 보이는 속옷만 입고 돌아다닌 남성이 성폭력 처벌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으나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형사항소6부(김중남 부장판사)는 29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성적 목적 공공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A(46) 씨에 대해 원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은 피고인이 성적 욕망을 충족시키고자 노출 행위를 했고, 이로 인해 많은 이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면서, 해당 법률이 정한 다중이용장소를 원심이 해석한 것에 대해 사실오인과 법리 오해가 있다고 항소했지만, 관련 법리 등을 비춰보면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앞서 A 씨는 지난해 6월 3일 오후 경기도 수원의 한 슈퍼마켓에서 주요부위가 보이는 속옷을 입은 상태로 돌아다녀 다수에게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A 씨에게 ‘성폭력 처벌법 12조’를 적용했다. 해당 법률은 성적 욕망을 만족시킬 목적으로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다중이용장소에 침입할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검찰은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 형법상 공연음란 등 법률도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는 성폭력 처벌법 위반을 적용했다. 속옷을 입은 상태에서 배회하기만 한 A 씨는 이들 법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1심은 성폭력 처벌법 12조가 정한 다중이용장소는 화장실처럼 이용 과정에서 주요부위 등을 노출하는 것이 수반되고, 성별 등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는 장소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A 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일반적으로 다중이용장소로 인식되는 영화관, PC방, 지하철역 등은 성폭력 처벌법 12조가 정한 다중이용장소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검찰은 “1심 판결대로라면 A 씨와 같은 행위를 한 사람에 대해서는 처벌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다”며 항소했으나, 이날 항소심도 동일했다.

이 사건과는 별개로 지난달에는 충북 충주와 강원 원주의 카페에서 초미니 핫팬츠를 입은 채 나타나 음료를 구매한 B(40) 씨가 적발된 바 있다. 이 사건은 경찰이 B 씨에게 경범죄 처벌법상 과다노출 혐의를 적용, 즉결심판에 회부했다.

이처럼 사실상 동일한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법률이 적용되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런 행위에 대해 처벌할 새로운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