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운자 기자] 네이버 자회사인 모바일 메신저 ‘라인’이 일본 혐한(嫌韓) 누리꾼이 만든 것으로 추정되는 문재인 대통령 비하 내용을 담은 온라인 콘텐츠를 판매하다가 국내 이용자들의 신고로 이를 삭제하는 일이 발생했다.
29일 IT업계에 따르면 라인은 최근 한국과 일본 등에서 운영하는 온라인 스토어에서 ‘Stamps of Mr. Moon(미스터 문의 도장)’이라는 메신저용 스티커 묶음을 판매했다.
미네오 마인(Mineo Mine)이라는 닉네임으로 일본의 한 누리꾼이 게시한 이 스티커는 문재인 대통령의 초상을 본 뜬 캐리커처다. 머리 모양은 흐트러지고 두 눈이 돌아간 채 콧물과 침을 흘리는 등의 다소 기괴한 모습으로 문 대통령을 묘사했다.
8개로 구성된 해당 스티커에는 문 대통령을 모욕적으로 변형시킨 그림과 함께 ‘약속? 뭐라고?(約束? なにそれ?)’, ‘그 말이 뭐였더라?(その話なんだっけ?)’, ‘파기!(破棄!)’, ‘저는 제정신입니다(私はまともです)’ 등의 조롱이 섞인 일본어 말풍선을 달았다.
이는 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위안부 합의 등을 놓고 최근 빚어진 한일갈등과 함께 우리정부의 일본군사정보보호협정(GOSOMIA·지소미아)을 종료 결정이 오롯이 문 대통령에게 있다는 일본 극우세력의 일방적인 주장을 담아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라인은 개인 창작자가 만든 스티커나 이모티콘 등을 크리에이터스 마켓을 통해 판매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다만 라인 내부의 심의 절차를 통과한 콘텐츠만 자사 스토어를 통해 판매가 가능하다.
라인의 스티커 검토 가이드라인은 ‘특정 국적 소유자, 인물, 법인, 집단에 대한 비방이나, 폄훼, 공격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경우’, ‘정치적 이미지나 선거 관련 내용을 포함하는 경우’ 등을 금지 사례로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문 대통령을 조롱하고 모욕하는 등 혐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일본 누리꾼이 만든 문제의 이 스티커가 라인의 자체 가이드라인의 여러 부분을 명백히 위반했음에도 어떻게 심의를 통과해 판매될 수 있었는지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라인 측은 이 스티커를 발견한 국내 네티즌들이 신고에 나서자 28일 오후 9시58분께 스토어에서 삭제했다.
라인 관계자는 이어 문제의 스티커가 어떻게 심의 과정을 통과했는지에 대해 자세한 경위 파악과 함께 재발 방지를 위해 콘텐츠 검수 절차를 엄중히 감사하고 조치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라인’은 네이버가 지분 72.64%를 보유한 자회사다. 일본 인구의 60% 가량이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라인은 일본·대만·태국·한국 등 글로벌 이용자 수가 1억6400만 명에 이른다.
라인은 최근 일본과 대만 등지에서 핀테크(FIN-Tech·금융기술) 사업에 진출하면서 모회사인 네이버로부터 수천 억 원대의 막대한 투자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