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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상생협력 ‘새 章’]경영불확실성에 극적 합의…車업계 ‘夏鬪’ 악습 고리끊나
“대내외 경영환경 고려 생산성 제고” 한목소리
임금체계 개선·협력사 발전 ‘공동 선언문’ 채택
기아차·한국지엠·르노삼성차도 임단협 진행형
생산절벽 위기 속 경쟁력 회복 위한 화합 절실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만에 파업 없이 2019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사진은 지난 27일 본교섭에 참여한 노사 대표 모습. [현대차 제공]

현대자동차 노사가 8년 만에 무분규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협력사의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제고를 위한 상생협력의 장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선진 임금체계를 구축하고 통상임금·최저임금과 관련된 법적 분쟁 소지를 해소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경영 불확실성도 해소했다.

현대차의 임단협 조기 타결은 ‘하투(夏鬪)’에 무게를 실었던 국내 완성차 노조의 방향 전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자동차 산업 발전을 위한 현대차 노사의 공동 선언문은 위기감이 팽배한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시너지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경쟁력 제고 한 목소리…‘상생협력’ 가속도= 현대차 노사는 전날 자정까지 이어진 집중 교섭 끝에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노조는 통상임금 소송을 중단하고 미래차 경쟁력 확보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노조원 찬반 투표는 오는 9월 2일이다. 찬성표가 과반을 넘으면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단협 교섭에 마침표를 찍게 된다.

잠정합의안엔 임금 4만원 인상(호봉승급분 포함)과 성과금 150%+320만원(전통시장 상품권 20만원 포함),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 등이 담겼다.

노사는 9500명 규모로 진행 중인 사내하도급 근로자 대상 특별고용 일정을 1년 단축해 2020년까지 채용을 마무리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소하고자 오는 2012년부터 지금까지 사내하도급 근로자 7500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번 노사 합의에 따라 잔여 2000명에 대한 채용도 앞당겨 추진할 예정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와 보호무역 확산에 따른 글로벌 정세가 교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차 임단협이 업계 전반에 미치는 파장이 큰 만큼 노사가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임했다는 의미다.

하부영 현대차 노조 지부장은 이날 성명서를 통해 “한국경제가 저성장 침체 국면에 진입했고, 자동차 산업의 주변 상황이 급변하는 게 고민이었다”며 “28일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과 정부의 지소미아 폐기 결정에 따라 이후 경제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시점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라고 설명했다.

부품 협력사의 경쟁력 제고를 위한 ‘노사 공동 선언문’이 갖는 의미도 크다. 현대차는 2·3차 협력사의 경영 개선과 연구·개발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 외에도 해외 진출과 교육 부문에서도 폭넓게 지원할 방침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시대에 걸맞은 제조방식 변화에 대비해 생산성 향상과 품질 경쟁력 제고 측면에서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협력사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위해 노사가 공동으로 노력하고 부품·소재 산업의 지원과 육성을 통한 부품·소재 국산화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벼랑에서 화합으로…업계 동참 이끌까= 현대차 노사의 잠정합의안은 ‘하투(夏鬪)’에 초점이 맞춰졌던 완성차 업계에 변곡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현재 국내 5개 완성차 업체 가운데 올해 임단협을 마무리한 곳은 쌍용자동차가 유일하다.

기아자동차 노조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해산하고 추석 이후 선출되는 26대 집행부에 임단협 교섭을 넘기기로 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사는 상견례 일정을 논의 중이다. 교섭은 가시밭길이다. 회사가 생산 절벽에 따른 인력 구조조정을 시사하면서 노조의 반발이 커지고 있어서다. 근무 형태의 변화를 고민 중인 한국지엠(GM) 역시 노사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는 부분파업을 진행 중이며 한국지엠비정규직회는 복직을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현대·기아차를 제외한 업계의 위기감은 크다. 내수와 수출이 동반 하락하고, 노조 리스크에 미래 전략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장 가동률이 하락하면서 인력 감축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7월 누적 기준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의 내수 판매량은 총 15만183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16만1347대) 6% 가까이 감소했다. 생산량은 같은 기간 49만4911대에서 44만5467대로 1% 줄었다.

자동차산업이 2·3차 협력사를 비롯해 수많은 지역경제가 연관된 산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업계의 생산 절벽은 한국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노사가 화합을 통해 판매 회복에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침체 속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노사 화합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사실상 노사 협상의 첫 단추인 현대차 임단협 잠정합의가 업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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