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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책임론으로 번진 페북發 후폭풍

“예기치 못한 결과다”

지난 22일 페이스북과 방송통신위원회의 행정소송 1심에서 페이스북의 승소 판결이 내려진 직후, 방통위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이번 소송은 페이스북이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이용자의 접속 경로를 우회,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자 방통위가 약 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데서 비롯된 것이다.

패소후 방통위는 멘붕상태다. “우리가 승리할 것으로 예상했다”며 난감한 표정이 역력하다. 즉각 항소 의사도 밝혔다. 업계로 부터 거센 비판의 후폭풍도 맞고 있다. 당장 글로벌 기업과의 역차별 해소 문제를 풀어낼 동력이 사라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긴 외국계 콘텐츠기업(CP)들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구글, 넷플릭스 등이 참여한 공동 입장문에선 “역차별이 핵심이 아니다.

핵심은 과도한 망 비용”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애초부터 이건 역차별 문제가 아니었다라는 쪽으로 논의를 몰고 가고 있다.

역방통위는 “역차별 해소 문제를 기존대로 계속해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못 막았지만 오히려 국내 기업까지 나서 ‘망 이용대가 인하’로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 국내 CP업계 관계자는 “역차별 문제를 해소되지 못한다면 국내 CP까지 함께 망 사용료를 내려달라는 요구가 더욱 타당한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역차별’ 문제에 있어서 만큼은 방통위와 ‘한 편’이었던 국내 CP까지 ‘망 이용대가 인하’로 방통위를 압박하고 모양새가 된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자존심을 구기긴 마찬가지다. 소송의 근간이 됐던 상호접속료도 다시 도마에 오르면서다. 이번 소송의 근본적인 원인은 2016년 개정된 ‘상호접속료’에 있다며 개선을 강하게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상호접속료는 타사의 망 사용료를 통신사 간에 정산하는 제도다.

통신업계는 그동안 무정산 방식이던 상호접속료가 현행으로 바뀌면서 망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고 제도 개선을 끊임없이 요구해왔다.

국회의 지적까지 더해지면서 과기부도 연말까지 상호접속료를 개정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개선 내용의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국 사실상 ‘실패한 정책’이었다는 평가를 지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사실 이같은 상황은 정부부처가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책임론’ 지적도 적지 않다.

국내 기업과 외국계 기업의 역차별 문제는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관련 부처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겠다’면서도 몇 년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그동안 ‘무임 승차’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구글, 넷플릭스에게는 좋은 ‘핑계 거리’ 하나가 더 생겼다.

이번 법원의 페북 승소 판결로 결국 구글, 넷플릭스에게까지 면죄부를 만들어 줬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같은 이유다.

CP와 통신사 간의 입장 조율 역할을 정부부처가 효과적으로 하지 못했다는 볼멘 소리도 업계에서 적지 않게 들린다. CP업계 관계자는 “우리가 내야할 망 비용이 어떻게 책정됐는지 그 기준을 공개해 달란 요구에는 기업(통신사)의 기밀 영역이라 어렵다고 말한다”며 “그렇다면 망 이용 협상도 민간 기업의 자율성에 맡겨달라고 요구했지만 규제만 많아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관계자 역시 “정부의 조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기업의 자율성을 중시하며 손을 놓고 있다가 정작 협상 등 시장의 자율성이 필요한 부분에는 정부가 개입하는 모양”이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결국, 이번 법원의 1심 판결은 정부부처가 그동안 미비했던 관련 제도를 정교하게 다듬는 계기가 돼야 한다.

당장 연내에 공개되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그 첫 시험대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가이드라인은 그 초안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내외 콘텐츠 사업자(CP)와 통신사간 망이용계약을 체결할 때 ‘정당한 이유 없이 협상을 거부할 수 없다’는 조항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인터넷기업협회 등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아직 초안 상태인 만큼 이해 당사자의 충분한 의견 수렴을 거쳐 가이드라인을 손질하겠다는 입장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계기로, 망 품질 보장의 의무를 통신사 뿐 아니라 부가통신사업자에게도 강화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이 역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망이용료가 풀기 힘든 과제일 수록 어느 때보다 정부부처의 역할이 절실하다.

물론 제도 보완 과정에서 소비자의 피해를 막는 것이 최우선돼야 하는 것은 두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sj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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