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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론&수사] 승리 또 경찰 출석, 여론 덕 수사개시… 여론재판은 ‘경계해야’
승리, 28일 오전 서울지방경찰청 지능수사대 출석.. 원정도박 혐의
윤지오, 고유정, 이수역 사건 이슈화될때마다 경찰 골몰
자주 바뀌는 여론 원칙있는 수사로 신뢰얻어야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클럽 버닝썬 사태의 중심 인물 ‘승리(본명 이승현·29)’가 28일 경찰에 출석했다. 이번엔 원정도박 혐의다. 이른바 클럽 ‘버닝썬 사태’로 검찰에 사건이 송치된 지 65일 만이다. 언론 보도에 따른 여론이 일지 않았다면 수사 개시조차 하기 어려웠던 사안이기에 이번 수사에서 여론의 역할은 컸다. 다만 여론에만 기대는 수사를 벌였다간 낭패를 보기 쉽다. 윤지오 사건은 ‘여론 수사’의 한계를 드러낸 단적인 예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승리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승리는 미국 라스베이거스 호텔 카지노에서 도박을 하기 위해 ‘환치기’ 방법으로 국내 자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상습도박·외국환거래법 위반)를 받는다. 승리의 전 소속사 대표인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 프로듀서도 29일 경찰 조사를 받는다.

승리가 이날 또다시 경찰 조사를 받게된 것은 ‘버닝썬 사태’의 핵심 인물이란 점과 무관치 않다. ‘버닝썬’에 대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탈세, 약물 강간, 몰카, 마약, 클럽과 경찰의 유착 등 ‘범죄 종합 선물세트’로 불릴만한 민낯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시작은 클럽 내 단순 폭행 사건이었지만 강남의 한복판 클럽 ‘버닝썬’은 부패 대한민국의 축소판이었다.

전 남편을 살해한 고유정 사건에 대한 철저한 경찰의 수사도 여론의 힘이 뒷배경으로 작동한 사례다. 시신을 훼손한 뒤 바다 등에 유기해 ‘완전범죄’를 꿈꾼 30대 여성의 잔혹 범죄에 여론은 들끓었고, 경찰은 별도 팀을 만들어 수사를 진행했다. 남편 시신을 일부라도 찾기 위해 경찰은 여러날 동안 소각장 등을 뒤졌고 어부들이 신고한 ‘까만 봉지’ 하나까지 일일이 사람 신체의 일부인지 여부를 확인했다. 다만 초동 수사 과정에서 확보할 수 있었던 증거를 확보치 않는 등 부실 수사 사례가 발견돼 경찰 비난도 이어졌으나 고유정 사건 수사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대체로 ‘아주 나쁘지는 않았다’ 정도로 수렴된다.

수사가 여론에 과도하게 출렁거리는 현상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적지 않다. 치안 공백 가능성이 생기기 때문이다. 예컨대 ‘버닝썬 수사’의 경우 100명이 넘는 핵심 경찰력이 100일 넘게 투입되면서 치안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컸다. 사건 수사는 서울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가 맡았는데 광수대는 소위 서울경찰청의 ‘특수부’ 격에 해당하는 핵심 수사 인력이다. 경찰 관계자는 “여론에 따라 수사를 하면 치안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관심이 미치지 않는 사건수사에 소홀해질 가능성이 있다. 제3의 피해자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세인의 관심을 끄는 사안이기에 불필요할만큼의 경찰력이 투입되는 사례도 있다. 지난해 발생한 이수역 사건이 유사 사례다. 술집에서 흔히 발생하는 쌍방간 폭행 사건이었던 이수역 사건은, 피해자라고 주장한 한 여성이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이슈화됐다. 자신이 여성이기에 피해를 봤다는 것이 글의 핵심이었지만 이후 남성측은 ‘오히려 시비를 건 측은 여성’이라고 주장한 것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남녀 대결’ 양상으로 치달았다. 경찰 수사는 이례적으로 한달 넘게 진행됐다. 경찰 관계자는 “폭행사건 경우 일주일 정도면 수사가 마무리 되지만 여론이 집중된 사안이라 수사가 장기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따라 경찰 행정이 춤을 추면서 공권력 신뢰가 깨지는 일도 있다. 윤지오 사건이 대표적이다. 장자연 사건의 유일한 증인을 자처한 윤지오는 지난 3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경찰이 제공한 스마트 워치가 작동이 안된다. 위협이 있으나 경찰이 대응을 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청원글 동의자가 20만명이 넘어가자, 서울경찰청장이 주말에 ‘사과방송’을 하는 사태로까지 비화됐다. 하지만 이 사건은 윤지오가 스마트워치 작동법을 제대로 숙지 못해 생긴 해프닝으로 결론 났다. 최근에는 윤지오의 증언 때문에 기소됐던 전직 기자가 법원으로부터 ‘윤 씨의 말이 신뢰도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1심에서 무죄 선고가 나기도 했다.

한편 윤지오는 경찰로부터 임시숙소를 제공받았는데 관련 비용으로 900만원이나 사용된 것으로 확인되면서 윤지오에 대한 비판 여론이 도리어 커지는 계기가 됐다. 사기 혐의로 피고발된 윤지오는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경찰과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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