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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기의 보험산업] ‘절체절명’ 보험시장…규제혁파·헬스케어 시급
저성장·저금리·고령화 구조적 문제
운용제한·실손 손해율 등 합리화
제도개선으로도 생존 숨통 트여야
신용정보법·보험사기특별법도 중요

국내 보험시장이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했다. 올해 상반기 생명보험사와 5대 손해보험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0% 넘게 고꾸라졌다. 영업은 어렵고, 돈 굴릴 곳도 마땅치 않아졌다. 보험금 지급 부담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저성장·저금리·고령화 등 사회 구조적 문제라 당장 뾰족한 대책을 세우기도 어렵다. 당장 생존을 지키기 위해 금융당국이 규제에 대해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가져달라는 업계의 바람이 간절하다. 정부는 물론 국회에서도 새로운 시장을 열기 위한 과감한 규제완화에 나서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가장 먼저 자산운용 분야 규제의 유연성 강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자산과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이 오는 2022년 도입되는 가운데 저금리가 자본 확충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부채 부담을 늘리는 저축성보험은 신규영업 자체가 어렵다.

금융당국은 IFRS17 도입에 맟춰 재무건전성을 규정하는 신지급여력제도(K-ICS·킥스)를 완화하기로 했지만 금리 인하가 이같은 노력을 무력화 시키고 있다.

보험사는 IFRS17 도입을 앞두고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 문제 때문에 장기국채 투자를 늘려야 한다. 하지만 국내 장기채권 물량이 많지 않은 데다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사들이면서 장기채와 단기채 금리 역전이라는 ‘이상 현상’마저 나타나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FRS17, 킥스의 영향이 너무 크고 준비할 게 많다. 하반기 추가 금리 인하가 예상되면서 자산운용이익률은 더 떨어질 전망”이라면서 “운용자산 이윤 확보를 위한 국내 장기채권이 부족해 해외로 나갈 수 밖에 없는데 이마저도 규제 때문에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외투자 확대가 필수적이지만, 투자 한도 제한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보험사의 해외 투자 비중은 총자산의 30% 이내로 제한돼 있다. 이미 30% 한도까지 채운 보험사들이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사전 규제 없이 자산 취득을 허용한 후 투자집중 리스크는 지급여력비율(RBC)을 통해 규제하는 유럽연합(EU)이나 호주의 사후 간접 규제 방식 도입이 시급하다는 의견을 내고 있다.

손보사들의 경우 실손의료보험과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실적 악화의 주범이다. 실손의료보험은 비급여 의료비 증가 등으로 지급 보험금이 지난해 상반기 3조6552억원에서 올 상반기 4조3832억원으로 무려 19.9% 증가했다. 같은 기간 위험손해율은 124%에서 129.6%로 5.6%포인트 상승했다.

손보업계는 이같은 추세가 하반기까지 이어지면 올 한해 실손의료보험에서만 손실액이 1조9139억원으로 늘어 전년 대비 43.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되면 역대 최대 손실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실손의료보험 요율을 실제 손해율에 따라 조정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실손보험은 민영 보험임에도 가입자 수가 3400만명에 달해 정부는 보험료 인상에 제동을 걸고 있다.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도 조속히 시행되야 할 과제다. 이를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10년째 답보 상태다.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는 건강증진형서비스(헬스케어) 활성화를 위해서는 신용정보법 개정이 시급하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서비스 활성화 지원 방안을 내놓으며 시장 확대를 위한 물꼬를 터줬지만 신용정보법 개정 없이는 데이터 활용이 불가능하다.

개정안은 세부 사안에 대한 이견으로 국회 통과가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상태다.

보험사기범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한희라 기자/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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