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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장기간 경기하강·장기불황 조짐…꽉막힌 한국경제
수출 9개월연속 10%안팎 감소
올 2%성장률 달성도 장담 못해
기업·가계 불안심리 반전 힘들어
각국 자국보호주의에만 열중
일본식 장기·복합불황 우려도

미중 무역·환율 전쟁에 글로벌 경기둔화와 반도체 경기부진에 이어 일본과의 전면적인 경제전쟁 등 대외악재가 폭풍우처럼 몰려오고, 내부적으로는 수출과 기업들의 투자가 동반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우리경제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 2% 성장이 어려울 것이 확실시되는 가운데, 저조한 노동생산성과 생산연령인구의 감소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돼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면서 일본식 장기불황의 터널에 진입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재정·세제·정책적 지원을 총동원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핵심 경제주체인 기업과 가계의 불안심리로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다.

우리경제는 장기 사이클 상 2년째 경기하강 국면에 놓여 있으며, 이 상태로 간다면 역대 최장의 하강국면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지금까지의 최장 하강기간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의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1996년 3월~1998년 8월의 29개월이었다. 사실상 위기에 빠져 있는 셈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극도로 불투명한 대외여건으로, 그 핵심은 세계경제의 양강(G2)인 미국과 중국의 무역·환율 전쟁이다. G2 경제전쟁은 미래 패권의 향방을 가를 정보통신(IT) 등 첨단기술을 둘러싼 헤게모니 쟁탈전이란 점에서 장기화할 가능성이 많다. 해외 투자은행(IB)들은 G2 갈등으로 내년까지 세계경제 성장률이 최소 0.3%포인트에서 최대 1.7%포인트까지 감퇴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을 반영해 미 금융시장에서는 장단기 국채금리가 역전돼 경기침체(recession) 우려를 고조시키고 있다. 일반적으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보이는 것을 경기침체로 규정한다. 미 경제는 아직 플러스 성장하고 있지만, 금융시장이 이를 미리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다 유럽연합(EU)을 이끄는 독일 경제마저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면서 우려가 현실화하는 양상이다.

세계경제가 요란한 비상벨을 울리고 있지만, 글로벌 리더십은 이미 파탄이 난 상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이 유일 강대국으로서의 리더십을 포기하고 ‘미국 우선주의’를 기치로 중국과 EU 등 주요국을 대상으로 통상압박을 가하면서 각국이 스스로 살길을 찾는 각자도생(各自圖生)의 상황으로 가고 있다. 위기에 대응하는 국제공조가 무너지면서 대공황에 빠졌던 1920년대 말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 아베 정부가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고 경제보복을 감행하며 ‘아류(亞流) 트럼프’ 행세를 하는 것도 이런 기류 속에서 나왔다. 외교적 갈등을 경제적 우위를 이용한 노골적 보복으로 글로벌 시장의 공급망(가치사슬)을 위협하는 일은, 글로벌 리더십이 작동했던 몇년 전만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이로 인해 우리경제는 짙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핵심 산업인 반도체 생산이 실제 타격을 받을 경우 파장은 겉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

우리경제엔 비상등이 켜진지 이미 오래다. 작년말부터 감소하기 시작한 수출은 이달까지 9개월 연속 10% 안팎의 급감세를 지속하고 있고, 최소한 연말까지 회복세로 돌아설 가능성은 희박하다. 기업 설비투자는 지난해 3분기 이후 5분기 연속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고, 그나마 재정이 경제를 떠받쳐왔지만 상반기 조기집행으로 바닥을 보이고 있다. 소득 불안정으로 가계의 소비심리도 위축되고 있다.

이로 인해 올해 우리경제 성장률이 2%를 밑돌고, 내년에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보는 기관들이 늘고 있다. 내년부터는 생산가능인구가 20만명씩 감소하면서 잠재성장률을 본격적으로 갉아먹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노동투입 감소로 인한 성장률 영향이 2016~2020년 -0.3%포인트에서 2021~2025년 -0.5%포인트, 2016~2030년 -0.6%포인트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했다.

일본은 1980년대 후반 부동산 버블 붕괴와 플라자합의로 인한 환율 급락(엔화가치 급등)이 겹쳐 경제기조가 흔들리고, 생산인구가 감소하면서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가 후퇴하는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 지금 우리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환경과 내부 구조적 문제가 20여년 전 일본을 닮았다. 일본식 장기 복합불황에 빠지는 것을 막을 특단의 대책과 국가적 에너지 결집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해준 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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