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연합]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한국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종료하기로 결정한데 대해 미국은 23일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했다. 청와대는 “한일간 협정 때문에 흔들릴 한미동맹이 아니다”고 했지만, 그동안 미국이 ‘지소미아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해온만큼 한미동맹에 균열음이 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된다. 특히 청와대는 ‘한미일 3국안보 공조 약화’에 대한 우려를 인식한 듯 미국과 긴밀한 논의 하에 (지소미아 파기가)이뤄진 결정이라는 점을 거듭 설명했지만, 미국 측에서 사전 협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오면서 논란이 예상된다.

캐나다를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외교장관과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의)지소미아 종료 결정에 실망스럽다”고 말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 자리에서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오늘 아침 한국 외교장관과 통화했는데 우리는 한국이 정보공유 합의에 대해 내린 결정을 보게 돼 실망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한일) 두 나라 각각이 관여와 대화를 계속하기를 촉구한다”며 “한일의 공동 이익이 중요하고 이는 미국에 중요하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두 나라 각각이 관계를 정확히 옳은 곳으로 되돌리기 시작하기를 바란다”며 “이는 북한(대응)의 맥락에서 매우 소중할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우리가 하는 일에 있어서도 중요하다”고 했다.

폼페이오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지소미아 유지를 바라는 미국의 뜻이 반영되지 않고, 한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파기’를 선택했다는 것에 불편한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한미간 사전 협의가 충분치 못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미국 국방부도 한국 정부의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 처음엔 “한일 이견해소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표했다가 몇시간만에 데이브 이스트번 대변인 명의의 논평을 통해 “강한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한다”며 좀더 강한 스탠스를 취했다. “좀 더 강력한 입장이 필요하다”는 트럼프 행정부 고위급의 의견이 반영되면서 미 국방부가 이례적으로 동일 현안에 대해 톤을 바꿨을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즉, 미국이 한일갈등 국면에서도 ‘지소미아는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한국 정부에 거듭 강조해온 점을 고려하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한국 정부의 결정에 강하게 어필할 필요를 느꼈다는 것이다. 이에 굳건한 한미동맹에 있어서의 균열 조짐과 미국의 향후 압박을 예고케한다는 시각이 뒤따르는 것이다.

한편 앞서 청와대는 “지소미아를 연장하지 않더라도 (안보)피해는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동맹국 미국와의 ‘지소미아 종료’에 대한 시각이 갈리고 있어 청와대의 부감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소미아 종료와 관련해서 전날 춘추관을 찾아 “청와대 내부적으로 국민 여론을 파악하기 위해 거의 매일 여론조사까지 실시했다”며 “외교안보 차원에서 한일·한미관계, 한반도에서 어떤 영향이 있을지와 경제적, 한일 미래 협력, 한미일 3국 협력적 측면도 고려했다”고 했다. 모든 것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최적의 선택이었다는 것이다.

mkka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