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외교장관이 21일 베이징에 모여 최근 한·일 무역갈등 등을 의식한 듯 한·중·일 3국 협력이 양자 관계에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중국이 특히 한·일 갈등 해소를 적극 주문하고 나선 가운데 일본은 3국 협력을 통한 미래 지향적 공동 발전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에 그쳤다.

강경화 외교부장과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21일 오전 베이징 구베이수이전에서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에서 한·일 갈등 국면을 의식한 듯 3국 간 협력 강화 메시지에 집중했다.

왕이 국무위원은 모두발언에서 "3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면서 "3국 간 갈등은 건설적인 태도로 풀고 대화와 협력으로 나가야 하며 양자 간 갈등이 3국 협력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3국 간 협력을 위해 한·일 간 최근 갈등도 극복하고 나아가야 한다는 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맥락에서 왕이 국무위원은 이날 한·중·일 외교장관 기념촬영에서 한·일 장관의 손을 확 잡아끄는 모습을 보이며 양국을 가깝게 연결시키려는 제스처를 취하기도 했다.

강경화 장관은 3국 협력의 방향에 대해선 "양자 관계에 영향받지 않고 흔들림 없이 3국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자유무역 공고화에 기여해야 하며 3국 협력을 통한 양자 관계 증진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고노 외무상은 "3국의 각 양자 관계가 3국 협력의 발판"이라면서 "양자 관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3국 협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에서도 한·중·일 외교 장관은 3국 협력 강화의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특히 왕 국무위원은 "장심비심(將心比心·자기의 마음을 다른 사람의 마음과 비교하다)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일 양측이 건설적으로 이견을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하는 등 한·일 갈등의 원만한 해결을 적극 주문했다.

강경화 장관도 "자유로운 무역환경이 자리 잡아야 한다는 3국 외교장관의 공감대를 각국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하며 이를 토대로 자의적인 무역보복 조치를 배제하고 역내 무역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고노 외무상은 역사 문제에 대해 특별한 언급이 없이 3국 협력 강화의 중요성만 언급하는 데 그쳤다. 외교 소식통은 "한·중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를 지향하자고 말했고 일본 장관은 미래 지향만 언급했는데 이게 바로 3국의 역사의식이 표출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중·일이 3국 협력에 이견 없이 공감대를 형성한 가운데 구체적인 협력 방향과 목표도 제시됐다.

왕 국무위원은 한·중·일이 한반도의 대화추세 유지에 노력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영구적인 평화체제를 실현해야 한다면서, 2020년을 한·중·일 '협력 혁신의 해'로 지정하자고 강조했으며 3국의 공동지지를 받았다.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관련 회의처럼 한·중·일이 함께 제삼국과 협력해 올해 말 예정된 정상회의도 차질 없이 준비키로 했다.

특히 한·중·일 자유무역협정(FTA)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논의를 연내 타결하는 목표를 정하고 3국이 노력하자는 데 한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번 회의에서 한·일 갈등의 해소를 위해 적극 나선 배경으로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되는 한·중·일 FTA 및 RCEP 타결을 위한 행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RCEP은 한·중·일 등 16개국이 참여할 예정인 대형 FTA다. RCEP가 성사될 경우 전 세계 인구의 48.7%, 국내총생산(GDP) 총합의 29%를 포함하게 된다. 미국의 관세부과로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중국으로선 큰 대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한·일 갈등 해소가 절실하다.

아울러 미국의 관세 보복에 처한 중국은 한·중·일 FTA을 통해 제3국 시장 개척이라는 우회로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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