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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곡점에 선 한·일 갈등] ‘벙어리 냉가슴’ 재계, 실낱같은 기대
-日 포토레지스트 두 번째 수출 허가 이어 주한 美 대사 ‘화합 촉구’
-韓·日 기업들, 양국 갈등 완화 가능성에 촉각
지난 25일 서울 종로구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제품 불매운동 참가 사연 등을 밝히는 '일본대사관 앞 시민 촛불 발언대'에 참가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일본이 3대 수출규제 품목 중 하나인 포토레지스트의 두 번째 수출을 허가한 데 이어 20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 대사가 한·일 양국의 화합을 촉구하며 기업들이 일본 정부의 ‘경제 제재 조치 완화’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반도체 핵심 품목 수출 규제 강화 조치로 시작된 일본의 ‘경제 보복’이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며 대일 수입 의존도가 높은 국내 일부 기업들의 피해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 지자체가 지난 12일까지 산업단지 입주기업 600여곳 중을 전수 조사한 결과 4개사의 피해가 확인됐다. 이들 업체는 포토레지스터 등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로 원료 수급에 차질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비금융업 기준 매출 10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51.6%가 일본 수출규제가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다. 특히 매출이 평균 2.8% 감소할 것이란 구체적인 전망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일본이 전날 포토레지스트 1건을 추가로 허가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당연한 조치”라며 일본의 ‘명분 쌓기’에 불과하다는 입장이지만, 대체 수입처 확보 및 부품 소재 국산화에 난항을 겪고 있는 일부 기업들은 ‘협의 시그널’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이날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국내 30대 그룹 주요 기업인들을 한자리에 초청해 연 비공개 조찬간담회에서 한·일 수출규제 문제 해결을 촉구한 것도 오는 21일로 예정된 한·일 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여느 산업 가운데서도 항공업계의 관심이 비상하다.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한 ‘보이콧 일본’ 영향으로 노선 조정과 기재 축소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번달 15일까지 전 항공사의 일본행 승객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5%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일본행 출국자는 2017년 26.9%에서 2018년 26.3%, 올해 26.0%로 줄어드는 추세다. 3분기 이후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지방공항발 경쟁이 심화하는 추세를 고려하면 저비용항공사들의 타격은 더 클 수밖에 없다.

한 대형항공사 관계자는 “최근 한·일 갈등부터 미·중 분쟁, 홍콩 시위 등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여행 수요가 크게 위축돼 항공업계의 우려감이 높다”며 “이번 간담회가 실타래처럼 꼬인 국제관계를 풀어나가는 실마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 내에서도 한·일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대형 거래처를 상실할 수 있다는 불안감에도 불구하고 정부 눈치를 보며 불만만 삭이던 일본 기업들로선 대화 분위기 조성이 간절할 수밖에 없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에 따르면 이미 일부 일본 기업의 경우 경제보복 조치 이후 해외 공장 생산량을 확대하거나 한국 공장에서의 증산을 검토하는 등 우회적으로 수출 활로를 모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재계 관계자는 “일본 기업들도 양국 관계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지만 일본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며 “우리 기업 만큼 한·일 정부간 대화 재개를 바라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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