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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한일 경제전쟁과 ‘충무공 마케팅’

  • 기사입력 2019-08-13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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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유튜브에서 1980년대 MBC 드라마 ‘조선왕조 오백년’을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됐다. 사족을 달자면, 이 드라마는 518년간의 조선 시대를 1990년까지 7년여 간 시리즈 11개, 총 538회에 걸쳐 담아 내 당시 ‘뚝심 있는 수작(秀作)’으로 평가받았다.

시리즈 11개 중 이번에 보게 된 편(篇)은 ‘임진왜란’이었다. 최근 일본의 경제 보복에서 촉발된 ‘한일 경제전쟁’으로 인한 어려움은 공교롭게도 드라마 속 시대 상황과도 맞아 떨어졌다. 모든 배역이 다 살아 숨쉬는 듯 했지만, 그중 2005년 작고한 배우 김무생 씨가 맡은 충무공 이순신은 압권이었다. 어렸을 때 기억을 떠올리면 김 씨가 그려 낸 충무공은 국가의 위기에 물러서지 않았을 뿐 아니라 본인은 물론 주위에도 엄하면서도 단호했던, 말 그대로 성웅이었다.

아주 어렸을 때라 드라마가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실제로 조선 시대에 가서 충무공을 만났다면 김 씨의 모습 같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시대의 주류’라는 유튜브로 과거 드라마에 대한 추억과 충무공에 대한 기억까지 떠올릴 수 있다는 현실이 놀라웠다.

선공후사(先公後私), 필사즉생 필생즉사(必死則生 必生則死)…. 당시 ‘임진왜란’을 TV로 봤을 때부터 그렇게 어렵지 않은, 하지만 솔선수범을 나타내는 그 어떤 옛말로도 사사로움 없이 국난의 와중에 오직 나라만 생각한 충무공을 다 표현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5000년 우리 역사에서 단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영웅이 바로 충무공이라는 생각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한일 경제전쟁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 이때를 놓칠세라 정치권에서 너 나 할 것 없이 ‘충무공 마케팅’이 한창이다. ‘충무공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백척간두에서 나라만을 생각했던 충무공의 모습이 자신과 소속 정파에게 투영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왔다고 여겨진다. 하지만 스스로 충무공을 일컫는 정치권의 모습에서 드라마 속에서 보고 느꼈던, 강직했던 충무공의 나라 사랑과 리더십을 읽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정치권의 충무공 마케팅은 그 역사가 오래 됐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충남 아산에 있는 충무공의 사당 현충사를 성역화하고,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 충무공의 동상을 세웠다. 5·16으로 정권을 잡았다는 논란을 충무공과 같은 충직한 무인(武人)의 이미지로 불식시켜 보겠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었다는 것이 당시 평가다.

충무공 마케팅은 보수 진영만의 전유물은 아니었다. 진보 진영도 최근 ‘위기 상황’에서 이 같은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 지난달 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전남도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전남 주민은 이순신 장군과 함께 불과 12척의 배로 나라를 지켜 냈다”고 말했다. 한일 경제전쟁이 아직 초기 단계였던 당시 상황에서, 경제 대책 대신 원고에도 없던 충무공 관련 발언은 자칫 지나친 감성팔이로 보일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부 장관 후보자인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도 가세했다. 후보자로 지명된 당일인 지난 9일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며 “서해맹산(誓海盟山)의 정신으로 공정한 법질서 확립, 검찰 개혁, 법무부 혁신 등 소명을 완수하겠다”고 했다.

서해맹산은 충무공이 지은 한시 ‘진중음(陣中吟)’의 한 구절로, ‘바다와 산에 맹세하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검찰 개혁의 의지를 다지면서, 최근 한일 경제전쟁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나라의 존망이 자신에게 달려 있던 충무공의 상황과 빗대기에는 너무 앞서 나갔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충무공은 1592년 옥포해전을 앞두고 부하들에게 ‘물령망동 정중여산(勿令妄動 靜重如山·가볍게 움직이지 말고, 산처럼 무겁게 행동하라)’이라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충무공처럼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는 것이 진정한 충무공 마케팅 아닐까. 광복절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 한일 경제전쟁의 와중에서 정치권이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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