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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기업인 “韓수출 구비서류 3배 늘어…점유율 하락 우려”
삼성·SK에 불화수소 공급 모리타화학 사장
“연내 中공장 가동 대응” 자구책 마련
도쿄오카공업도 한국내 증산 검토
‘對韓 수출규제’ 日내부서도 비판

한국을 상대로 한 일본의 기습적인 수출 규제가 일본 기업들에 직격탄을 날리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돼 주목된다. 지난 8일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 강화 3개 품목에 대해 한 달 여 만에 첫 수출 허가를 내주며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자국 기업의 타격이 심상치 않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는 일본 모리타화학공업은 “대(對)한국 수출관리를 엄격화하면 시장 점유율이 하락할 수 있다”며 언론을 통해 이례적으로 우려를 표명해 주목을 받고 있다.

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모리타화학의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수출관리가 엄격화하면 일본 기업 점유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연내 중국에서 불화수소 공장을 가동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본 대신 중국에서 불화수소를 한국 기업에 공급하는 비상대책인 셈이다.

모리타 사장은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가 본격화한 지난달 4일 이후 “현재까지 수출허가가 나지 않았다”며 지난 상황에 대해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수출 절차가 복잡해지면서 “기존 구비서류는 3종류였지만 9종류로 늘었고, 가장 달라진 점은 최종 고객사의 사용 상황을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라고 했다.

모리타 사장은 “합작회사에 수출한 불화수소를 반도체 제조사에 판매할 때는 그 회사의 이용 상황과 그 회사의 존재 여부 등 정보를 갖추지 않으면 안된다”며 “(삼성 등) 판매처에 정보를 정기적으로 요구해야 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모리타 사장은 시장 점유율 하락도 우려했다.

그는 “작년 2분기 매출 117억엔(약 1337억원) 가운데 대(對)한국 수출용 불화수소는 30%이상인 40억엔(457억원) 가량이다. 1개월 수출이 중단되면, 단순히 (계산해) 3억엔(34억원)에 해당한다”며 “한국용 고순도 불화수소의 일본기업 점유율은 60%이지만 이번 사태가 일본 기업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통상 수출신청을 하면 관할 경제산업국에서 경제산업성에 보내 신청 3일 후에는 허가가 났던 것에 비해 10배 이상의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고 전했다.

재고도 임계점에 다달았다. 모리타 사장은 “당사는 한국 합작회사에 수출해 그곳에서 반도체 제조용 에칭제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에 납품하고 있다”며 “불화수소 재고를 1개월분 보유해왔지만 수출이 중단돼 바닥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타화학은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연내 중국 공장도 가동할 계획이다. 당초 삼성전자의 중국 공장과 중국 반도체 제조사에 공급할 예정이었지만 상황에 따라 한국에도 수출할 방침이다.

모리타 사장은 “연내 중국 저장성 공장에서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을 시작한다”며 “한국으로의 수출이 올해 내내 지연되는 일은 없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중국에서 한국으로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로 영향을 받고 있는 도쿄오카공업도 대응책을 서두르고 있다.

반도체용 레지스트(감광액) 세계 시장 점유율 20~30%를 쥐고 있는 도쿄오카공업은 이번 수출관리 강화로 한국내 증산을 검토하고 있다. 이 회사는 첨단 EUV(극자외선)용 레지스트를 한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납품해왔다.

한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별도의 기사에서 “한국으로의 반도체 소재 수출은 대만이나 중국보다 더 엄격해질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속한 B그룹은 중국이나 대만이 속한 C그룹보다 높지만, 반도체 소재를 한국에 수출할 때는 반드시 개별허가가 필요한 반면, 중국이나 대만에 수출할 때는 A그룹(기존 화이트국) 이외에 적용되는 포괄허가제도 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신문은 “경제산업성이 8월 말 수출관리 엄격화 2탄(화이트리스트 배제 시행)을 예고하고 있어 기업들이 안정적으로 수출할 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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