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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담변호사 없는 ‘ISD대응단’…“로펌들 돈벌이로 전락?”
정부, 개별 사건마다 중재인 선정
론스타건에 4년간 430억 투입
노하우 축적 못하는 구조 반복만
‘판정’맡는 의장중재인 양성 필요

한국 정부를 상대로 한 외국기업의 투자자-국가간 분쟁(ISD)을 제기하는 사례가 지난해 급증하면서 법무부는 범정부 합동조직인 ‘국제투자분쟁대응단’(ISD대응단)을 꾸렸다. 하지만 특정 사건을 전담하는 변호사가 없어 효율적인 대응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법무부에 따르면 ISD대응을 위해 투입되는 정부예산은 30억 1700만 원이다. 법무부는 ISD 사건이 발생하면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등과 관계부처회의를 소집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대응단 단장은 법무부 법무실장이다. 하지만 대응단에는 ISD 사건만을 전담할 변호사가 없다. 개별 사건마다 외부 로펌을 선임하는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일관성 있는 대응이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는 론스타 ISD에 법무법인 태평양, 하노칼 사건에는 김앤장, 이란의 다야니 그룹 사건은 법무법인 율촌, 엘리엇 건은 광장을 대리 로펌으로 각각 선임했다. 정부 차원의 ISD 노하우가 축적되기 어려운 구조다. 법무부 관계자는 “수의계약 논란에 한 로펌만을 계속 고용할 수 없는 구조”라면서도 “정부 내 전담변호사 고용 등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미국 국무부의 경우 산하에 170명의 ISD 지원 변호사를 두고 있다.

한국정부를 상대로 ISD를 제기하는 외국기업도 국내 대형로펌을 주로 중재인으로 선임하기 때문에 ISD가 로펌들의 돈벌이로 전락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민변 국제통상위원회 위원장인 송기호 변호사는 “우리 정부의 대리인으로 ISD에 나서 노하우를 습득하고 외국기업의 대리인이 되는 경우가 반복되고 있다. 로펌들 배만 불리는 꼴”이라며 “정부법무공단 등을 활용한 공공적인 대응과 ISD대응능력을 공공영역에서 축적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론스타의 ISD와 관련해 정부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쓴 중재인 비용(법률 자문료 등 포함)은 약 430억원에 달한다. 송 변호사는 “막대한 규모의 중재인 비용을 들이고도 노하우가 축적되지 못하는 구조를 반복하는 것보다 대응단 예산과 중재인 비용을 활용해 국가 전담로펌이나 전담 변호사를 구축하는 게 장기적인 ISD대응에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전담변호사 외에도 의장중재인 양성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ISD는 중재기구를 통해 당사자 간 분쟁을 사적으로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때문에 당사자의 입장을 각각 주장하는 중재인과 함께 합의안을 선정하는 의장 중재인 등 총 3명이 판정부를 구성한다. 중재인은 소송에서 변호사와 같은 역할을 하지만, 판정을 좌우하는 건 의장 중재인이다. 이 때문에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서 인정한 중재인 후보명단에 투자유치국 국적의 변호사가 많으면 많을수록 특정 유치국 경제구조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유리한 결과를 이끌어내기 쉽다. 하지만 중재인 후보 명단에 한국인은 7명밖에 없는 반면 미국인은 271명이나 포진해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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