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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흙은 오직 지구에만 있다”…삽하나 들고 떠나는 흙 탐사기
수수하지만 위대한 흙이야기/후지이 가즈미치 지음/홍주영 옮김/끌레마

떡방아 찧는 달의 토끼는 무얼로 만들어졌을까? 세계의 흙의 종류는 몇가지일까?

“100억명의 지구인을 부양할 비옥한 흙”을 찾아나선 젊은 토양학자 후지이 가즈미치가 쓴 ‘수수하지만 위대한 흙 이야기’는 지구 생명체의 삶을 떠받치고 있는 흙을 과학적으로 탐색한 흥미로운 얘기들이 많다.

인류가 고대부터 사랑해온 달 토끼는 사실 철을 많이 함유한 현무암이다. 달과 지구는 재료가 거의 같은데 떡방아 찧는 듯 보이는 달 표면의 어두운 부분은 지구에도 흔한 현무암 바위다. 달토끼를 에워싸는 밝은 부분은 규소와 알루미늄을 많이 함유한 사장암으로 이 부분이 하얗게 보이기 때문에 달표면에 토끼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달과 지구를 가르는 것은 점토의 유무. 물과 산소, 생물의 작용이 있어야 점토가 만들어진다.

좋은 흙은 때깔도 좋다. 점토가 많은 흙이 좋은 흙, 비옥한 흙이다. 황색을 띠는 이런 흙은 복원력이 좋고 흙에 뿌린 비료가 빗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아 식물이 잘 자란다. 이는 마이너스 전하를 띤 점토가 물속에서 플러스전하를 띠는 칼슘, 마그네슘, 칼륨 등 식물에 필수적인 영양성분을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지구의 흙은 12종류다, 지역에 따라 여러가지 이름으로 부르지만 형성과정이나 성분 등을 분석하면 그렇다. 저자는 12종류의 흙을 모두 현지에서 확인하기 위해, 이를테면 흙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기 위해 삽 하나 들고 탐사에 나선다.

일본의 뒷산 토양부터 툰드라와 영구동토, 핀란드의 늪지대 이탄토, 에스토니아의 사질, 우크라이나와 함께 세계의 곡창을 뒷받침하는 체르노잼 등 각 토양이 어떻게 형성되고 인구분포, 식탁을 결정하게 됐는지 위트있게 들려준다. 흙은 오직 지구에만 존재하고 어떤 과학기술로도 인공 흙을 만들어낼 수 없는 삶의 터전, 흙에 대해 가르치지 않는 나라는 일본 밖에 없다는 저자의 얘기는 우리에게도 해당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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