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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안성기, 나이 들어서도 멋있어 보이는 이유..치열함과 여유로움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 기자]배우 안성기(67)가 영화 ‘사자’에서 악을 쫓는 구마 사제 ‘안신부’ 역을 맡았다. 안성기는 62년간 1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영화계에서 몇몇 감투를 맡고 있고 여전히 영화 현장을 지키고 있다. 안성기 같은 사람이 영화계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든든하다.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다. 그동안 어려움을 겪어가며 여기까지 왔다. 때마침 영화 ‘기생충’이 방점을 찍어줬다. 한국영화의 현재는 많은 선배들이 있어서 가능했다. 새로움만 찾을 게 아니라 예전 선배에게 고마움도 느껴야 한다.”

안성기는 차분한 성격에 유머감각을 갖추고 있다. 인터뷰에서도 시종 유머를 잃지 않는다. ‘사자’에 출연한 이유를 물어보자 “시나리오를 보니까 내 모습이 근사하게 나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라고 했다. 이어 “영화가 긴장감만 있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유머가 섞여있다”면서 “내가 잘하면 안신부라는 인물을 잘 표현할 수 있겠다는게 시나리오에서 보였다”고 했다.

안성기는 바티칸에서 파견된 구마 사제 역을 그럴듯하게 표현해낸다. 그는 “안신부를 잘 표현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라틴어를 열심히 외워 연기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주환 감독도 “안성기 선배님이 라틴어를 완벽하게 체화했다”고 했다.

안성기는 나이가 들어서도 멋이 있어 보인다. 오랜 기간 영화라는 한 우물을 판 꾸준함과 뚝심이 크게 작용했겠지만, 선배로서의 관조의 자세와 여유로움이 엿보인다.

“‘사자’는 내가 리더하는 게 아니라, 박서준이 리더할 수 있게 배려해줘야 하는 영화다. ‘사자’를 통해 어린 친구들과 소통하는 게 좋다. 박서준과도 호흡이 잘 맞았다. 사실 내 나이대 작품이 많지는 않다. 기회가 줄어들었다. 30대부터 시작해 40대가 가장 왕성하게 활동했다. 인터뷰도 그때 가장 잘했다. 지금은 단어가 생각이 잘 안나 힘들다.”

안성기는 2016년 영화 ‘사냥’까지 일 년에 한 편꼴로 작품을 했다. 이번 작품은 3년만의 복귀작이지만, 그동안 독립 영화에 참가하기도 했다.

“작품을 잘 만나기가 쉽지 않다. 내 욕심만 챙길 수는 없다. ‘나 이런 것 아니면 못해’ 하다가는 진짜로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성기는 “절박함은 없는 것 아니가”라는 질문에는 “절박하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그러면 귀신 같이 알고 연락이 온다. 나태하지 않고 날이 선 상태로 있자는 거다”고 말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어떤 준비를 말하는가”고 묻자 “다른 일로 소모를 하지 않는 것이다”고 했다.

안성기는 하루도 빠짐없이 체력을 관리하고 있다. 웨이트 트레이닝도 많이 해 복근이 살아있을 정도다. 그래서 친구들이 안성기 옆에 잘 안온다고 했다.

“얼굴에 반점이 생기고 머리도 조금씩 빠지지만 체력으로 딱 버티고 있으면, 뭔 일을 벌여도 벌이겠네 하는 느낌이 든다. 이게 영화속 캐릭터로 들어가면 신나는 거지.”

안성기는 “(영화의) 이야기가 젊은 쪽에 몰리기는 하지만, 개인의 매력이 있으면 (나이가 들어도) 찾게 된다. 매력이 없으면 캐릭터를 만들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된다”면서 “티켓 파워를 떠나 사람들이 보고싶어지는 매력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성기는 요즘 영화 흐름과 변화에 대해서도 한마디했다. “상업영화와 독립영화의 양극화가 진행되지 말고 적절히 상생했으면 한다. 독립영화도 너무 독립영화적이다. 예전 영화에는 모든 게 다 들어있었다. 영화 자본이 커져가면서 갈라져 나간 거다. 독립영화가 너무 작게 느껴져 아쉬울 때도 있다. 돈을 조금 더 들여 퀄리티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안성기는 또 다른 측면에서, 요즘 영화산업과 콘텐츠의 방향에 대해 “기술이 디지털화 하면서 큰 변화가 이뤄졌고, 감동보다는 즐거움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을 보면 불안하기도 하다”라면서 “인간 삶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우리 관객들이 드라마가 있는 걸 좋아한다. 황당한 것은 일시적으로만 좋아할 뿐이다. 일단 감정선이 있어야 좋아한다고 본다”라고 말해 콘텐츠 방향에 대한 생각을 전하기도 했다.

안성기는 “김형석 교수의 책 ‘백년을 살아보니’를 봤더니, 60대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했다”고 전했다. 현재를 열심히 살겠다는 뜻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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