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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소재 국산화’ 대기업에 덤터기 논란
“중기개발품 대기업이 안써” 지적에
일부선 “경제민주화 떠올라” 비판

한일 간 경제전쟁을 계기로 부랴부랴 소재·부품 경쟁력 강화에 나선 정부가 그동안의 소재·부품 국산화 부실 책임을 대기업에 떠넘기려는 의도를 보여 논란이 예상된다. 한마디로 대기업이 국내 소재를 사용하지 않아 국산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과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정책을 떠올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같은 위험한 시각을 갖고 산업에 접근해서는 공생이 아닌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정부는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대책’을 발표하면서 기술 확보와 산업 성장에 실패한 이유를 제시했다. 소재·부품·장비 국산화를 가로막는 첫 번째 문제점으로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 부족’을 꼽았다. 대기업 등 수요기업이 가격, 기술력을 검증받은 외국 소재를 선호하고, 구매담보가 어려워 기술개발 유인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실패 사례도 2가지 제시했다. 중소기업인 공급기업이 기술개발을 완료했지만 수요기업이 채택하지 않아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은 케이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2016년 A사는 전자파 차폐용 가전을 개발했지만, 대기업에서 채택하지 않았다.

대기업의 리스크 회피성향, 견고한 기존거래처 등에 가로막힌 사례도 언급됐다. 지난해 B사는 스마트폰용 적층세라믹콘덴서 제조에 필요한 초미세 세라믹 소재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기업은 기존 해외공급처와 계속 거래한다는 이유로 B사와 계약하지 않았다.

정부가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바라보는 시각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에서 어렵게 기술 개발에 성공했지만, 소재를 사들이는 대기업이 외국산 선호, 기존 해외 공급처 유지 등을 이유로 국산 부품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같은 사례를 지목해 수요·공급 기업 간 협력이 부족하다고 규정했다. 소재·부품 국산화를 가로막는 첫 번째 원인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업계와 전문가들은 정부 주도 국산화가 과거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경제민주화 정책을 떠올린다고 우려했다. 대기업에 중소기업 생산품을 구입하도록 강제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지난달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중소기업이 불화수소를 만들 수 있는데 대기업이 안 사준다고 하더라”고 지적한 데 대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만들 수 있지만 품질의 문제”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예산·세제 등 지원을 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대기업에 책임을 떠넘겨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경수 기자/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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