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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핀테크CEO 생각을 읽다④ - 정지원 디렉셔널 대표] “개인도 공매도 옵션갖고 공평한 경쟁해야”
P2P 주식대차 플랫폼 5일 서비스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통과
개인 위한 종합금융플랫폼 염두

“공매도가 리스크가 큰 투자 방법인 건 사실입니다. 항상 돈을 벌 수도 없을 뿐 아니라 손실이 매우 커질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그 투자 방법을 한 쪽(기관)만 할 수 있게 해서는 안되는 거죠.”

5일 서비스를 개시한 개인투자자 간(P2P) 주식대차 플랫폼인 디렉셔널 정지원(35) 대표의 말이다.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의 한 공유오피스 사무실에서 만난 정 대표는 “공매도를 폐지할 수 없다면, 개인도 똑같이 공매도 옵션을 갖고 공평하게 경쟁해야 한다”고 확신에 찬 듯 말했다.

“우리 공매도 시장은 개인 투자자 비중이 매우 적은데 이것은 구조적으로 문제가 있는 거예요. 가위바위보 게임을 하는데 상대방은 가위·바위·보를 다 낼 수 있고, 저는 가위랑 바위만 낼 수 있다면 결과는 뻔하지 않나요?”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투자기법 공매도는 그동안 평범한 개인 투자자에게는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신용도가 낮아 증권사를 낀 대주거래만 가능한데, 그나마도 종목·물량이 한정돼있는 등 기회가 공평하지 않았다. 이에 디렉셔널은 아예 개인들끼리 직접 주식을 대차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어 금융당국의 규제 샌드박스로 선정됐다.

정 대표는 디렉셔널의 개인 간 대차거래의 장점에 대해 “기존엔 증권사가 정해준 이자를 받고 주식을 빌려주지만 디렉셔널에서는 얼마큼 수익을 낼지 직접 호가창을 보면서 할 수 있으니 재미가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화려한 스펙으로도 유명하다. 서울대 법대와 서울대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로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에서 4년 간 일하다 디렉셔널을 창업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그를 두고 “유명 로펌 변호사를 그만두고 창업을 했는데 기존 제도권에서 일하는 것보다 이쪽이 유망하다는 걸 앞장서서 보여주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창업한 계기는 글로벌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였다. 정 대표는 “우버의 국내 진출 업무를 많이 했었는데 규제나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면서 창업에 관심이 생겼다”며 “제가 떠올린 사업 아이템으로 실제 뛰어드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그렇게 로펌을 나온 정 대표는 빠르게 팀을 꾸려 금융규제 샌드박스 1호 통과라는 성과를 냈다. 증권사 출신의 공동창업자도 최근 공동대표로 합류해 힘을 보태고 있다.

정 대표는 금융당국의 규제 혁신 의지에 고마움을 표했다. 실제 P2P 주식대차는 해외에서도 전례가 없는 첫 모델이라 참고할 대상이 없어 당국은 고민했지만, 결국 규제특례 대상으로 선정했다.

그는 “정말 큰 성과 중 하나는 저희같은 스타트업이 이제 금융위나 금감원에 다가가기 쉬워졌다는 것”이라며 “전에는 당국이라면 막연히 어렵기만 했는데 이제는 편하게 소통하는 문화가 자리잡은 것 같다”고 전했다.

디렉셔널의 P2P 대차거래 서비스는 해외 증권사와 협업을 통한 해외시장 진출을 준비중이다. 정 대표는 이에 더해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종합 금융플랫폼을 꿈꾼다. 잠시 휴학중이지만 서울대에서 금융법 박사과정을 밟으며 공부도 계속하고 있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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