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화이트리스트 제외]日 경제보복 '예고된 수순'…"청구권협정체제 거부 용납못해"
통상갈등 전방위 확산 우려…日 다음 타깃은 조선·농수산물·금융 될듯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무역협회 중회의실에서 열린 '바이오-화장품 분야 일본 수출규제 업계 설명회'에서 행사장을 가득 채운 참석자들이 일본 수출 규제에 대한 설명을 경청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것은 '한일 청구권협정'을 한국이 인정하지 않을 경우 마련된 '예고된 수순'의 하나였던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일본은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체제를 거부할 경우 조선과 농수산, 금융 등에서 '3차 보복'을 예고한 상황이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원장은 4일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는 우리나라 대법원이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해 배상하라고 판결을 하면서 일본 기업 자산이 압류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에 대한 경제보복이 명백하다"며 "한국이 한일청구권협정을 일본측의 해석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경제보복을 확대할 것이며, 백색국가 배제는 예고된 수순의 하나"이라고 지적했다.

배 원장은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은 우리나라가 약자인 입장에서 체결된 것으로, 일본은 한국 대법원의 일제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을 '한국이 (성장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체제를 부정하는 (일종의) 도발'로 인식하고 있으며, 한국의 성장을 견제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약한 고리를 건드려 다시 굴복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전제는 일본이 반도체 관련 핵심소재 3개에 대힌 수출규제에 이어, 백색국가 제외의 순서대로 이뤄지고 있고, 한국이 한일 청구권협정 체제에 대한 입장을 바꿔 일본에 굴복하지 않을 경우, 조선 농수산물 금융부문 등 한국의 수출과 경제에 직접 타격을 가하는 '3차 보복' 조치가 예고돼 있는 현재 상황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앞서 일본은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직후인 지난해 11월 한국 조선업을 겨냥해 가장 먼저 보복성 조치에 나선 바 있다. 일본은 한국 정부가 조선업계에 부당한 보조금을 지원했다고 주장하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했고, 이번 추가 조치를 계기로 분쟁절차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또한 화이트리스트 제외가 농식품·수산물 일본 수출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경제 보복 차원에서 비관세 장벽을 통한 농수산물 규제 카드를 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경제에 타격을 주기 위해 금융 분야로 보복을 확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일본의 1, 2차 수출규제는 대 한국 수입을 규제하는 것이어서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다. 실제로 지난달 7월 대일 수출은 0.7% 감소하는 데 그쳤다. 올해 상반기 대일 수출이 평균 6.0% 하락한 것을 고려하면 오히려 낙폭을 줄인 셈이다. 하지만 일본이 한국을 계속 압박하려고 한다면 일본으로 들여오는 한국산 물품으로 화살을 돌릴 수 있다.

이를 위해 쓸 수 있는 방법이 비관세장벽이다. 반덤핑관세나 긴급수입제한조치(세이프가드)와 같은 수입규제는 WTO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하지만, 비관세장벽은 자국의 법으로 시행할 수 있어 보호무역의 도구로 많이 활용된다. 이미 일본은 자국 어업자와 가공업자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수산물 수입에 대해 수입물량을 직접 규율하는 수입쿼터제도를 운영한다. 표준이나 시험검사 관련 제도를 까다롭게 해 수입을 제한하는 무역기술장벽을 강화하는 것도 일본이 쓸 수 있는 전략이다.

무역기술장벽은 무역 상대국가 간 서로 다른 기술규정, 표준, 적합성 평가 등을 채택해 적용함으로써 상품의 자유로운 이동을 저해하는 비관세장벽이다. 이런 비관세장벽은 수입규제처럼 특정 국가에만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일 수출 의존도가 높은 품목을 표적으로 비관세장벽을 세워 한국에 타격을 주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주요 대일 수출품목으로는 농식품에서는 파프리카, 토마토, 김치를, 수산물에서는 참치, 김, 전복 등을 꼽을 수 있다. 특히 지난해 파프리카 수출액 가운데 일본 비중은 99%에 달할 정도로 컸다. 또 우리나라의 김 전체 수출의 22.5%인 1억1800만 달러(약 1402억원)가 대 일본 수출이었다. 한국에 대한 수입쿼터를 대폭 줄인다면 김 등 한국의 대일 수산물 수출에 상당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파프리카 등 대일 수출이 많은 신선 채소에는 검역 규제(SPS)를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다.

dew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