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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여검사는 여전히 조연인가

‘서울중앙지검에 여성 부장검사 5명…역대 최대 발탁’

‘여성검사 약진…날개 활짝 폈다’

약진(躍進). 빠르게 발전하고 진보한다는 뜻이다. 법무부는 6일자로 단행할 검찰 중앙간부 인사를 발표하면서 “능력과 자질, 전문성이 검증된 우수 여성 검사를 적극 보임했다”고 자찬했다. 언론도 ‘여성’을 키워드로 한 기사를 다수 배출했다.

그러나 약진치고 여검사들의 인사는 여전히 ‘조연’ 수준에 머물고 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 한 꼭지에 ‘주요보직 여성 검사’를 소개했다. 사상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인지수사부서 부장에 여성 검사가 발탁됐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거꾸로 묻지 않을 수 없다. 도대체 얼마나 긴 시간 동안 여성을 핵심 보직에서 배제해왔으면 홍보 소재가 될까.

검찰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는 주요 인지수사부서, 즉 특수부·공안부·강력부다. 형사부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세 인지수사부는 인재 중에서도 인재만 모인다는 곳이다.

그 안에 여성은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 2010년~2019년 사이 검사장 승진을 한 여검사는 단 3명에 불과했고, 모두 비인지부서나 직접 수사를 하지 않는 기획업무를 주로 맡았다. 법무부나 검찰에서 기획업무를 주로 한 이른바 ‘기획통’ 검사들은 이따금 ‘펜대’라 불리기도 했다.

‘첫 서울중앙지검 인지부서 여성 부장검사’라는 타이틀이 기사가 되는 상황에서 ‘특수통·공안통’ 여검사는 논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다. 지난 2012년 법무부는 개청 이래 처음으로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와 공안1부에 여검사를 배치했다고 홍보했다. 검찰이 여검사에게 특수·공안 수사 기회를 제공하기 시작한 게 불과 7년 전이라는 의미다.

“검찰 자체가 여성이 버티기 힘든 조직인데, 조직력이 중요한 특수·공안·강력 3부에 가면 더 심할 수밖에 없어요”

특수부나 공안부처럼 굵직한 수사를 하는 부서에 여검사 수가 적은 건 능력이 남성 검사들보다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들 한다. 그럴지도 모른다. 검찰은 밤과 휴일을 반납해야 하는 업무과다, 군대식 상명하복, ‘까라면 까’ 식의 문화에 익숙하다. 조직 내 욕설이나 인권침해성 발언에도 참는 경우가 많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 백서에서 법무부 여성공무원의 58%도 성희롱이나 성범죄 피해를 목격하고도 침묵한다고 답했다.

그러나 군대식 문화가 수사에 효율적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그저 ‘그동안 그래왔기 때문에 편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단순히 여검사들의 역량이 떨어져서 특수·공안·강력부에서 배제돼왔다고 보기 힘들다. ‘여검사들을 투입해보지 않았기 때문에’가 답이다. 남녀가 갖는 선천적·생물학적 차이를 차치하고 각자에게서 최대한의 수사역량을 뽑아내고 양성하는 게 조직으로서 검찰의 역할이다.

어떤 순간에 비로소 여검사들이 ‘약진’했다고 외칠 수 있을까. 특수·공안·강력 주요 3부를 지휘하는 여검사가 낯설지 않고, 요직의 주를 이뤄도 이상하지 않을 때가 아닐까. 승진할 때 성별이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 남성 검사들처럼 말이다. 검사장 승진 인사에서 여성을 발탁해도 기사가 되지 않을만큼 여검사가 주연이 되는 세상. ‘약진’은 그런 세상에 더 어울린다. 우리는 아직 ‘여성 서울중앙지검장’조차 낯선 세상에 살고 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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