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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자금 밀물…은행, 저비용성 예금 급증
강화될 예대율 규제 대비용
4大은행 상반기말 390兆
저축성예금 증가폭 웃돌아
갈곳 없는 돈 임시 피난처로

시중은행들이 확보한 ‘저비용성 예금’의 규모가 해마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신(新)예대율 기준을 적용하기로 한 가운데 예수금을 늘릴 유인이 생긴 은행들이 앞다퉈 끌어오기에 나선 결과다. 달리 보면 그만큼 시중의 부동자금이 많다는 뜻도 된다.

2일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KEB하나)에 따르면 이들 은행들이 상반기 저비용성 예금을 크게 늘렸다. 예금 규모별(말잔 기준)로 따지면 국민은행이 116조87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96조3870억원), 우리은행(93조8260억원), 하나은행(83조3130억원)이 뒤를 이었다.

저비용성 예금 잔액이 가장 큰폭으로 늘어난 곳은 하나은행이다. 이 은행의 올 상반기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서 각각 6.4% 늘었다. 신한·국민은행도 각각 3.7%, 3.6% 증가했고 우리은행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주요은행의 저비용성 예금 증가폭은 원화예수금(▷저비용성 예금 ▷저축성 예금 ▷시장성 예금)을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인 ‘저축성 예금’보다 크다. 같은 기간 하나은행 저축성 예금은 1.6% 늘어나는데 그쳤다. 신한(2.8%), 국민(2.5%)의 증가폭도 저비용성 예금 보다는 낮았다.

저비용성 예금(핵심예금)은 요구불 예금, 수시입출금 통장, MMDA, 급여통장 등을 말한다. 고객이 맡긴 돈을 언제든 자유롭게 빼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다만 이들 상품엔 적게는 0.03~ 0.05% 수준에서, 기껏해야 0.1~0.3% 수준의 저금리가 적용된다. 2%~3% 초반 수준의 금리가 매겨지는 정기예금과 비교하면 고객들이 손에 쥘 수 있는 이자는 사실상 거의 없다.

다만 당장에 마땅한 활용처가 없는 자금을 임시로 은행에 맡겨 관리할 수 있다. 특히 기업들이 단기자금 수백~수천억원을 MMDA로 은행에 맡겼다가 자금 수요가 있을 때 바로 찾기도 한다.

반대로 은행 입장에선 비용(이자)을 들이지 않고 외부에서 자금을 끌어온다는 게 매력이다. 일단 예수금이 늘어나면 예대율을 관리하기 수월해진다. 저비용으로 대출을 비롯한 은행의 각종 운용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도 있다. 시중은행은 통상 요구불성예금의 7%를 예금지급준비율로 남기고 나머지를 다방면으로 운용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적용되는 이자가 낮기 때문에 ‘저원가성 예금’이라고도 부르는데 은행 입장에선 많이 확보할수록 수익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주요은행들은 저마다 신상품을 출시하거나, 비거래 고객들를 유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저비용성 예금 늘리기에 나선다.

신한은행의 ‘마이(My)급여클럽’, 우리은행의 ‘시니어플러스 급여통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마이급여클럽은 신한은행 계좌로 급여, 생활비, 용돈 등을 이체받는 고객들에게 수수료 면제, 포인트 적립 등의 혜택을 주는 서비스다. ‘시니어플러스 급여통장’은 만 50세 이상 고객이 입출금통장을 개설하면 각종 혜택을 제공한다.

다만 은행들은 자금의 ‘안정성’ 측면을 따지면 언제든 예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저비용성 예금에만 의존할 수 없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기예금처럼 최소 1년 이상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저축성 예금과 요구불 예금을 적절하게 늘려가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박준규 기자/ny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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