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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정부 수사 검사들 줄줄이 좌천…법조계도 “부적절 인사” 비판 목소리
법조계 “검사인사, ‘살아있는 권력 건드리지 마라’ 메시지”
‘적폐 수사’ 이끈 검사들은 주요보직 전진배치
서울고검, 서울중앙지검 전경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검찰 중간간부급 인사에서 문재인 정부에 불리한 사건을 수사한 검사들이 줄줄이 좌천됐다. 법조계에서는 여권을 수사했다고 사실상 인사불이익을 준 조치가 잘못됐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법무부가 31일 단행한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 따르면 현 정권을 수사한 대표적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의혹사건’을 수사한 주진우(44· 사법연수원 31기) 서울 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대구지검 안동지청장으로 발령이 났다. 안동지청은 검사 5명이 근무하는 소규모 지청으로, 통상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 산하 인지수사 부서나 대검 혹은 법무부 요직으로 발령받았던 점을 감안하면 눈에 띄는 좌천성 인사다.

이 사건 지휘라인에 있었던 권순철(50·25기)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한직인 서울고검 검사로 발령났다. 권 차장은 인사발표 직후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인사는 메시지”라는 글을 남기고 사의를 표했다. 한찬식(49·21기) 동부지검장 역시 검사장 인사가 나기 전에 사표를 냈다.

손혜원 무소속 의원의 목포 부동산 투기의혹을 수사한 서울 남부지휘부에도 좌천성 인사가 이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를 총괄한 김범기(51·26기) 2차장검사는 서울고검 형사부장으로 전보됐다. 재경지검으로 불리는 동·남·북·서부 지검 차장검사 중에서도 ‘요직’으로 꼽혔던 동부지검과 남부지검 라인 모두 승진에서 배제된 것이다. 권익환(52·22기) 남부지검장은 윤 총장의 취임을 앞두고 사표를 냈다.

법조계에선 정부가 사실상 ‘길들이기 인사’를 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한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동·남·북·서부 지검 중에서도 동부지검 차장검사는 검사장 승진코스”라며 “지청장도 아닌 고검 검사로 보내는 건 눈에 띄는 좌천성 인사”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검사 출신 변호사는 “국정원 댓글수사 사건을 계기로 두 차례 지방 고검검사로 발령났던 윤석열(59 사법연수원 23기) 현 검찰총장의 인사를 연상시킨다”며 “안동지청은 규모도 작고 담당 사건이 많지 않는 곳이라 검사장 승진이 불리하다. 현 정부에 불리한 수사를 한 사람에게 사실상 경고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에 검찰개혁 정책을 자문해왔던 한 변호사는 “문재인 대통령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살아있는 권력도 제대로 수사해달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그런데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대표적 사건인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담당했던 지검장과 차장검사, 부장검사 모두 좌천성 인사를 당했다. 인사의 적절성 여부를 떠나 인사의 메시지로만 봤을 때 검사들이 살아있는 권력을 제대로 수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비판의 목소리는 검찰 내부에서도 나온다. 지방의 한 일선 검사는 “검찰 개혁을 외치면서 정작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한 검사들은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며 “어린 검사들 입장에서 눈치가 당연히 보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검사는 “검찰권을 정권의 도구로 사용하는 관행을 결국 저버리지 못한 건 아닌가”라며 “인사에서 볼 수 있는 메시지는 그간 정부의 기조와 배치된다”고 우려했다.

반면 국내 최대 규모 일선청인 서울중앙지검 주요 자리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함께 ‘적폐수사’를 함께했던 검사들이 중용됐다. 형사부를 총괄하는 1차장에는 최순실 게이트 특검팀에서 일했던 신자용(47·28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공안·선거 사건을 담당할 2차장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를 맡았던 신봉수(49·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임명됐다. 3차장에 송경호(49·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검사가 발탁되면서 윤석열 총장-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송경호 차장으로 이어지는 수사지휘 라인이 갖춰졌다. 최순실게이트 특검과 사법농단 수사에 참여했던 양석조(46·29기) 특수3부장은 대검 선임연구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역시 부패범죄 수사를 관리하는 요직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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