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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상우의 현장에서] 오만함에 빠진 중개플랫폼

‘중개플랫폼’의 시대다. 스마트폰 대중화와 함께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하는 중개플랫폼이 엄청나게 늘었다. 숙소 예약이나 물건 구매는 물론, 택시잡기, 음식배달, 세탁, 이사 등등 거의 모든 것들이 중개 플랫폼을 통해 소비된다. 제품·서비스를 공급하려는 쪽과 소비하려는 쪽을 ICT 기술을 이용해 직접 연결해주니 분명히 전보다는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다. 각 분야에서 중개플랫폼에 대한 의존도나 이들의 파워도 자연스레 커졌다.

하지만 빠르게 커진 영향력에 비해 중개플랫폼들의 책임감은 아직 부족한듯 하다. 단순 중개자를 넘어 ‘판’을 가진 ‘관리자’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못 보여주고 있다.

실례가 많다. 얼마전 제보를 받았다. A씨는 지난 20일 숙박 중개플랫폼 야놀자를 이용해 지방에 위치한 숙소를 예약했다, 4시간 후 태풍으로 인해 비행기가 결항돼 지방에 갈 수가 없게 됐다. A씨는 예약을 취소와 환불 처리를 요구했다. 하지만 야놀자는 예약 후 15분 내에 취소를 하지 않았다면 환불을 해줄 수 없다며 환불을 거부했다. A씨는 “고객 변심도 아닌 자연재해로 인해 가고 싶어도 못가는 경우까지 환불을 거부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취재가 들어가자 야놀자 측 관계자는 “소비자원 권고사항으로 태풍 등 자연재해로 인한 것은 100% 환불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좀 더 취재가 들어가자 “태풍 등 자연재해 발생 시 환불은 원칙적으로 호텔에서 진행해야 한다”고 책임을 호텔에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뒤늦게 “고객 권익 보호를 위해 보상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며 “제보한 사안에 대해서는 고객센터에서 고객과 상담을 진행 중이며, 고객의 귀책사유가 없을 경우 환불 진행을 도와드리고 있다”고 해명하기는 했지만, 취재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뒷맛은 개운치 않았다. 평소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숙박 문화를 만드는 혁신 기업’임을 내세우던 회사가 스스로를 ‘무책임한 중개업자’로 끌어내리는 모습을 지켜보는게 과히 보기 좋지는 않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식의 무책임하거나, 다소 오만한 대응은 다른 중개 플랫폼에서도 종종 일어나고 있다. 유통 중개플랫폼인 쿠팡은 지난 7일 여성의 신체를 몰래 찍은 듯한 연출을 한 사진과 함께 초소형 카메라를 판매하다 이용자들로 부터 맹렬히 비난을 받았다. 쿠팡은 지난 2017년에는 몰카 범죄에 사용되는 안경몰카, USB형 몰카 등을 판매했다가 지탄을 받은 적 있다.

쿠팡측은 “문제가 되는 상품이 확인되면 즉각적으로 판매중지, 판매자 퇴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래도 아쉬움이 남는다. 하루 수백만개의 물품이 거래되는 만큼 완벽한 사전조치란 있을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2년전과 전혀 달라진 점이 없이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 하고 있다는 점은 마냥 너그럽게 이해하기 힘들다.

바로 어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한 유튜버가 자신이 키우는 반려견을 구타하고 내던지고, 학대하는 영상이 올라와 문제가 됐다. 시청자들이 유튜브에 강력한 조치를 요구했지만, 하루가 지난 현재까지 해당 채널은 아무런 조치 없이 운영되고 있다. 유튜브의 대답은 “어떤 채널인지 모르겠다”며 “개별 채널에 대해 확인이 어렵다”다.

앞으로 점점 더 많은 영역에서 중개 플랫폼들이 등장할 것이다. 기술의 힘과 시대변화의 힘으로 중개플랫폼들은 강력한 사업자로 성장해나갈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독과점’을 형성하고, 채널 파워로 무장하게 될 것이다.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다. 이들이 전례없이 빠르게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스마트폰이 보급되고, 더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해서 만은 아니다. 표준화된 기술로 과거의 유통시장에 팽배하던 불합리를 없애줄 것이라는 소비자들의 기대감도 작용했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들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소비자에 대한 오만이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작은 문제들을 개선하려고 노력하지 않는다면, 소비자들은 또 쉽게 갈아탈지 모른다. 더 나은 서비스롤 갈아타기도 그만큼 쉬워진 세상이다.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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