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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화이트리스트 배제 D-3]日 양자회담 ‘회피’·美 WTO ‘흔들기’…사면초가 韓
유명희본부장 면담제안 日 경제산업상 거절
美, 日과 무역협상 앞둔 시점 중재 힘들듯
농업 개도국지위 유지·日규제 지지 선택기로

일본 정부가 이르면 다음달 2일 한국을 우방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 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을 개정할 예정인 가운데 우리 정부가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는 고위급 회담에 대해 일본이 지속적으로 외면하고 있다. 한일 갈등의 중재자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미국은 일본과의 무역협상을 앞둔 상황이어서 선뜻 우리 정부를 지지하는 공식 행동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은 우리나라 농업분야의 세계무역기구(WTO) 개발도상국 지위까지 흔들고 있는 상황이어서 우리나라는 말그대로 사면초가에 처했다. 무엇보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WTO에서 비판하면서 국제 여론전을 펼치고 있는 우리나라가 농업분야의 개도국 지위를 내줄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30일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련부처에 따르면 일본은 이르면 내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정부가 공식적으로 각의 개최일을 고지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로선 다음 달 2일 열리는 각의에서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결정할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게 점쳐진다.

우리 정부는 1일 일본이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고시한 이후 세계무역기구(WTO)와 미국에 잇달아 고위급 인사를 파견하며 이를 저지하기 위한 총력전을 벌였지만, 일본의 입장에는 별다른 변화가 감지되지 않는 상황이다.

유명희 통상교섭본부장은 전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현안 브리핑에서 “일본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에게 다음달 2~3일 중국 북경에서 열리는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장관회의를 계기로 만나자는 제안을 했는데 일정상의 이유로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지난주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에서 한국 측의 공개적인 양자협의 제의를거부한 데 이어 유 본부장 명의의 제안 역시 거절한 것이다.

또 유 본부장은 지난 23일부터 사흘간 다녀온 미국 출장 결과에 대해 “미 의회 인사와 싱크탱크 및 각계 전문가들도 일본의 조치가 미국경제는 물론 한미일 3각 협력 등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공감하고 목소리를 보태기로 했다”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이어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이번 조치가 미국 산업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공감했다”면서 “‘(로스 장관이 조속한 해결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미국이 한일 갈등에 당장 중재자로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또 우리 정부가 일본 수출 규제의 부당함에 대한 국제 지지를 받기 위해서 농업분야 개도국 대우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안덕근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일본과 무역협상을 앞두고 있다”면서 “이런 상황속에서 미국이 한일 갈등에 대한 중재자로 나서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 교수는 또 “한국 입장에서는 ‘개도국 지위 박탈’을 놓고 미국과 맞서 싸워야 할지,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에 미국의 지원을 요청한 만큼 조용히 수용해야 할지 고민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연구위원도 “정부가 우리나라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 유지 또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국제 지지를 놓고 선택해야할 것”이라며 “결국 농업분야 개도국 지위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다면 무기로 전용될 우려가 있는 1100여개 대한국 수출 물품은 포괄허가에서 개별허가 대상으로 바뀐다. 이들 품목을 한국으로 수출하려면 일본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우리 경제에 당장 타격을 줄 수 있는 품목부터 조일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일 주요 산업의 경쟁력을 비교한 결과 방직용 섬유, 화학공업, 차량·항공기·선박 등의 대일 수입의존도는 90%가 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전기차 탱크에 들어가는 필수 소재부품 역시 상당수가 일본산이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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