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해 첫 온열질환 사망자 발생
-물 자주 마시고 시원한 환경에서 지내야
-기온 높은 낮 시간대에는 외출 자제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주차 관리 업무를 하는 최모(58)씨는 야외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데 요즘같은 찜통더위에는 일하는 것이 여간 곤혹스러운게 아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주르륵 흐르는 날씨에 아무리 선풍기를 틀어 놓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특히 며칠 전에는 몇 분 간 쪼그려 앉아 있다가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돌면서 휘청하는 쇼크 증상이 나타났다. 다행히 주변 동료가 시원한 곳으로 옮기고 난 뒤 물을 마시고 휴식을 취하자 증상은 사라졌다.
며칠 째 이어지는 찜통더위로 야외에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땀이 흐르는 시기다. 이럴 때면 몸 속 수분이 밖으로 많이 배출되면서 탈수 위험이 높아진다. 탈수를 막기 위해서는 갈증을 느끼지 않아도 물을 수시로 마시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23일 경북에서 82세 여성이 열사병으로 사망했다고 밝혔다. 올 해 들어 발생한 첫 온열질환 사망자다. 이에 질병관리본부는 본격적인 무더위에 온열질환에 주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질병관리본부의 온열질환 응급실 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올 해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총 347명이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는 “올해 온열질환자는 실외 작업장과 논‧밭, 운동장‧공원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으며 더위가 심해질수록 스스로 대처가 어려운 노약자가 별다른 조치 없이 집에서 더위를 참다가 열사병 등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은 열로 인해 발생하는 급성질환으로 뜨거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 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을 보이고 방치 시에는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 질병이다.
대표적으로 열사병과 열탈진(일사병)이 있으며 이 밖에 열경련, 열실신, 열부종, 열발진(땀띠) 등이 있다.
이 중 열사병은 40℃가 넘는 고열이 있지만 땀이 나지 않으면서 피부가 건조하고 뜨거운 증상이 나타난다. 중추신경 이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데 신속한 조치를 하지 않으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김선영 경희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의 증상인 현기증, 울렁거림, 두통 등이 발생해도 어떠한 조치가 없다면 점차 의식이 사라지면서 심하면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열사병이 발생하면 차가운 수건과 선풍기, 에어컨 등을 활용해 체온을 빠르게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열탈진(일사병)은 40℃ 이하의 체온이지만 땀을 많이 흘리는 특징을 보인다. 힘이 없어지면서 얼굴이 창백해지고 근육에 경련이 나타나기도 한다.
즉 열사병은 땀이 나지 않고 체온이 높아지면서 의식이 없어지는 것이고 일사병은 땀을 과도하게 많이 흘려 무기력해지는 것이다.
이런 온열질환은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나 노인, 당뇨병과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자일수록 더욱 위험할 수 있다. 이운정 가톨릭대 인청성모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온열질환은 70세 이상 고령자, 장애인, 만성 질환자 등 고위험군에서 발생하면 건강이 악화돼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야외 활동 중에는 수분을 자주 보충하고 틈틈이 그늘에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만약 온열질환자가 발생하면 즉시 환자를 시원한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이후 옷을 풀고 시원한 물수건으로 몸을 닦거나 부채질을 해 체온을 내려야 한다. 수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지만 의식이 없다면 억지로 물이나 음료를 먹이지 말고 신속히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김진욱 고려대 구로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일사병, 열사병처럼 고온, 고열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의 경우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체온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를 빨리 서늘한 곳으로 이동시킨 뒤 젖은 수건이나 차가운 물로 체온을 낮추고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해 안정을 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우선 물을 자주 마셔야 한다. 갈증이 나지 않더라도 물은 자주 마시는 것이 좋다. 단 신장질환 등 수분 섭취를 제한해야 하는 경우라면 의사와 상담 후 결정해야 한다.
더운 날에는 주변 환경을 시원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땀이 많이 난 후라면 시원한 물로 샤워를 하고 옷은 몸에 붙지 않는 헐렁하고 밝은 색깔의 가벼운 소재로 입는 것이 좋다.
특히 기온이 가장 높은 낮 12시부터 오후 5시 사이에는 되도록 외출을 자제하고 휴식하는 것이 좋다. 질병관리본부는 "만약 외출을 하게 되더라도 무리한 활동은 자제하고 모자나 양산으로 햇빛을 차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