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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터·집 그리고…당신의 삶을 떠받쳐줄 제3의 장소는

2017년 런던 도서전에서 화제를 불러모은 영국의 신예작가 리비 페이지의 소설 ‘수영하는 여자들’에는 마을의 공공 수영장 리도가 폐쇄될 위기에 처한 얘기가 나온다. 평생 그 마을에 살며 리도를 애용해온 여든여섯살의 로즈메리는 더는 동네가게와 공공시설이 사라지는 걸 지켜볼 수 없다는 생각에 행동에 나선다. 이 작품은 원고 공개 2시간 만에 24개국에 판권이 팔릴 정도로 주목을 받았는데, 이는 동네의 상업화, 젠트리피케이션에 너나없이 공감한 때문으로 보인다.

미국의 도시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역저‘제3의 장소’에서, 주민들이 분명한 목적 없이 서로 어울려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공의 장소가 사라지면서 삶이 피폐해져가고 있다고 지적한다. 올든버그는 집과 일터 외에 긴장을 풀고 다양한 인간관계를 즐길 수 있는 곳을 ‘제3의 장소’로 규정, 이런 장소가 개인과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집중적으로 살핀다.

제3의 장소가 지닌 주요기능은 저자에 따르면, 우선 주민 통합을 들 수 있다. 가령 미국의 경우 과거 우체국이 그런 장소인데, 걸어서 혹은 차를 타고 사서함이 있는 우체국에 갔고, 24시간 개방하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어 늘 이웃을 만날 수 있는 장소였다는 것이다. 제3의 장소가 갖는 또 하나의 기능은 동화. 새로 들어온 사람이 처음 다른 사람을 만나 인사를 나누며 섞이게 된다. 협업과 위기 시 본부역할, 여러세대가 어울리는 장소, 정치적 토론의 장소 등 기능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그런데 이런 공간이 도시의 주거단지에서 사라지고 있다는 데 저자는 비판적이다. 아이들이 어슬렁거리며 어울려 노는 길모퉁이 상점이 사라지고 대신 지역 외곽에 대형 쇼핑몰이 들어서면서 보호역할을 한 상점 주인 같은 공적인물도 없어져 버린 것이다. 저자는 우리가 편의성을 쫒고 있지만 공공집단이 안전망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편의성은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목적없이 어울리는 편안한 장소들이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왔다는 건 자명하다. 파리의 수많은 노천카페, 로마의 포럼, 피렌체의 광장, 비엔나의 커피하우스, 아일랜드의 펍, 독일의 비어가르텐 등은 제3의 장소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저자는 “고유의 제3의 장소를 지닌 도시에서는 낯선 사람도 집 같은 편안함을 느끼며, 그런 장소가 없는 도시에서는 현지인조차도 그런 편안함을 느끼지 못한다”며,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장소는 삶의 필수요소라고 강조한다.

최근 우리사회에서도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동네상점이 사라지는 일이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가운데 지역 커뮤니티공간과 동네서점, 작은카페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는 불안으로 내모는 원자화된 사회에 대한 반작용, 건전한 지역공동체 구축에 대한 바램으로 풀이된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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