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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동경하거나 체념하거나…양극화가 낳은 ‘新부자관’
존경하는 부자 ‘삼성가 3대’ 포함

한국 사회가 저성장·성숙사회에 진입하면서 부자관(富者觀)도 바뀌고 있다.

교육의 목표인 수월성(秀越性·국영수 등 모든 부분에서 월등)이 무조건 부를 가져다줄 수는 없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는 것이다.

개발경제 시대의 ‘수월성’보다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창출하는 능력을 가질 때야 비로소 돈을 벌 수 있다는 ‘유튜버’와 같은 사례가 속출하는 것이 방증이다.

여기에 계층이동의 틈이 좁아지면서 양극화가 심화하자 부자를 바라보는 시각도 동경과 체념이 교차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6월 25~27일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한국인의 부자에 대한 인식’을 설문조사한 결과, 한국인은 평균적으로 24억원 정도를 가진 사람을 부자라고 여겼다. 이번 조사는 1993년과 2014년에 이은 세 번째 조사다.

2014년 조사에서는 평균 25억원으로 비슷했으나, 1993년의 평균 13억원과는 차이가 컸다.

앞으로 부자가 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부정적인 답변이 지배적이었다. 현재 부자가 아닌 사람(820명) 기준, ‘앞으로 부자될 가능성 있다’고 답한 비율이 32%인 반면, ‘가능성 없다’는 응답이 61%에 달했다.

‘부자가 더 행복할까’를 묻는 질문에는 ‘부자가 보통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30%, ‘더 불행하다’ 12%, ‘비슷하다’ 45%로 나타났다. 5년 전에 비하면 부자에 대한 동경은 더 강해졌다. 당시 ‘부자가 더 행복’이라는 응답은 24%인 반면 ‘부자가 더 불행’은 18%였다.

부자에 대한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5년 전보다는 다소나마 개선됐다.

‘아는 부자 중에 존경할 만한 사람이 더 많다’가 23%인 반면 ‘그렇지 않다’는 59%로 집계됐다. 그러나 2014년 ‘존경할 만한 부자가 많다’ 19%, ‘그렇지 않다’ 66%였던 것과 비교하면 격차가 줄었다.

가장 존경할 만한 부자로는 고(故)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9%)이 5년 전 조사에 이어 1위에 꼽혔다. 이어 유일한 전 유한양행 회장(7%),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5%),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4%),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이병철 전 삼성그룹 회장(이상 3%), 함영준 오뚜기 회장(2%) 순이었다.

2% 이상 언급된 부자 일곱 명 중에 이병철 전 회장,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가(家) 3대가 포함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이홍 광운대 교수(경영학과)는 “정주영 명예회장이 5년 전에 이어 꾸준히 1위에 오른 것은 소떼를 몰고 가 남북교류 물꼬를 트고 밑바닥부터 고생해서 한국 경제를 일군 영웅이라는 이미지가 많이 각인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에서 부자의 요건을 묻는 질문에서는 ‘본인 노력/능력이 더 중요’가 36%에 그친 반면 ‘부모 재산/집안이 더 중요’는 57%로 나타났다. 5년 전과 비교하면 ‘부모 재산/집안’은 4%포인트 증가했고, ‘본인 노력/능력’은 그만큼 감소했다. 1993년 유사 질문에서는 70%가 ‘능력/노력’을 꼽았고 ‘배경/가문’ 응답은 8%에 불과했다.

이는 한국 경제가 고성장 일로에 있던 1960~70년대 경험에서 비롯한 고령층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믿음은 점차 사라지고, 2019년 현재 구직과 경제 활동 중심축을 이루는 세대는 개인의 부(富)가 ‘물려받은 재산’으로 결정된다는 시각이 강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이홍 교수는 “성장이 정체된 성숙사회는 기존 질서대로 움직이는 힘이 강하다”며 “이같은 질서 속에서 부모나 집안의 재산이 물려지지 않는 한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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