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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습기 살균제’ 재판 2라운드…쟁점은 ‘인체 안전계수’
검찰, 1994년 ‘추가 흡입독성 시험 권고’ 보고서 증거로
SK케미칼 “과실 및 인과관계 확인 안돼…동물실험 단계서 문제없어”
미 EPA·유럽연합, 인체 안전계수 적용…국내선 관련 법규 없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 권순정 부장검사가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가습기 살균제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가습기 살균제 참사’ 책임을 놓고 법정 공방이 재점화될 예정이다. 검찰은 살균제 유해성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보고 있지만, 업체 측은 동물실험을 거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반박을 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 권순정)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68) 등 8명을 구속기소하고 최모 환경부 서기관 등 26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와 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를 이용해 가습기 살균제를 개발·제조·판매하는 과정에서 제대로 안전성을 검증하지 않아 인명피해를 낸 혐의를 받는다.

원료 제조·판매에 관여한 책임자들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는 업체들이 동물실험 결과로부터 인체에 안전수준을 고려했는지에 달렸다. 인체에 안전한 정도를 정하는 기준(안전 계수)를 적용하지 않아 6476명의 피해자를 초래했는지에 대한 인과관계 입증도 핵심쟁점이 될 전망이다.

SK케미칼 측은 2011년 가습기메이트 노출위험 평가에서 실험쥐를 대상으로 무영향관찰용량(NOAEL), 시험물질에 의해 경미한 독성징후를 나타내지 않는 최대농도를 충족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검찰은 선진국의 경우 실험쥐를 NOAEL값을 충족했다고 하더라도 인체 안전 계수를 적극 적용하는데, SK케미칼과 애경산업 등은 이를 적극 고려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CMIT·MIT 인과관계에 대해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며 "미국 환경보호국(EPA)나 국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선진국 기준에서 고려될 수 있다. 쥐와 사람은 기본적으로 종이 달라 결과값이 많이 달라질 수 있다. 해외 환경기구에서는 기준화 돼있다"

현행법상 인체 안전계수 적용은 법령으로 의무화된 사안은 아니다. 개발 당시 환경부 기준으로 인체 안전계수가 마련된 것도 아니었다. 이 때문에 SK케미칼와 애경산업에서 추가적인 실험을 하거나 인체 안전계수를 적용하지 않은 부분이 법적 '과실'이 없다는 주장을 펼 전망이다. 지난 1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정계선) 심리로 열린 제2회 공판준비기일에서 홍 전 대표 측은 공소사실과 피해발생 사이 인과관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SK케미칼 측은 안정성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가습기 살균제의 위험성을 인지했으면서도 판매를 시작했다는 의혹도 받는다. 검찰이 확보한 1994년 유공(SK이노베이션의 전신) 가습기 메이트 개발 담당 연구원의 노트에는 CMIT·MIT 농도 설정시 인체 안전계수를 고려하지 못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조사됐다. SK케미칼 측은 자신들도 파악하지 못한 내용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1994년 유공이 제품을 출시하고 SK케미칼은 2000년 해당 사업을 인수해 그 전에 유공 측 연구원의 노트에 적힌 내용을 알 수 없었다는 것이다. 서울대 흡입독성 시험보고서를 은닉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숨긴 게 아니라 보유하고 있던 보고서를 임의제출했다는 입장이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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