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재정건전성 대책없이 시작된 건강보험 눈덩이 적자

건강보험의 눈덩이 적자행진이 시작됐다. 건강보험공단이 23일 홈페이지에 공개한 ‘현금 포괄 손익계산서’를 보면 올해 1분기 총수입은 16조3441억원이지만 총지출은 16조7387억원에 달했다. 수지차가 3946억원이다. 지난해 1년간의 적자는 1204억원이었다. 불과 3개월만에 작년 한해 규모의 3배 이상 적자가 발생한 셈이다.

물론 예상된 일이었다. 보장 강화로 재정지출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2017년 8월 이른바 ‘문재인 케어’로 불리는 건강보장 강화 정책을 시행한 데다 급격한 고령화로 노인진료비도 증가했다. 실제로 그동안 선택진료비 폐지, 2·3인 병실 건강보험 적용, MRI(자기공명영상)·초음파 급여화 등이 차례로 시행됐고 의료기관의 보험급여 청구 건수와 청구금액이 증가하면서 건강보험 급여도 늘어났다.

건강보험 적용 범위를 넓히면 그만큼 국민 혜택은 커진다. 대신 수입금보다 나가는 보험급여 지출비가 많아져 적자 발생은 불가피하다. 정부는 아직 한참 더 가야 한다는 생각이다. 비 급여의 급여화 과제들을 차질없이 추진해 척추 질환·근골격MRI, 흉부·심장 초음파 등 필수 분야 비급여에도 건강보험을 모두 적용해 보장률을 70%까지 대폭(2017년 62.7%→2023년 70.0%) 끌어올린다는게 문재인 케어의 기본 청사진이다.

문제는 건강보험의 재정이 점점 불안해 진다는 점이다. 건보 재정은 2011년 6008억원을 시작으로 2017년까지 7년 연속 당기수지 흑자였다. 그게 문재인 케어로 지난해 당기수지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는 적자 예상액만 3조원이 넘는다. 1분기 4000억원 적자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 앞으로 5년간 계획만으로 8조원 가까운 적자가 생겨난다. 복지부는 당기수지 적자로 인해 지난해 20조5955억원이었던 건강보험 누적수지 흑자 규모가 계속 줄어 2023년 11조807억원으로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하지만 다른 예측도 많다. 국회예산정책처는 2026년에 흑자 누적 적립금이 모두 사라질 것으로 본다. 안그래도 2025년이면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인 초고령사회가 된다. 노인 진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반면 건강보험료를 내는 15~64세 생산가능인구는 벌써 지난해부터 줄어들고 있다.

아픈 국민을 위한 보장성 확대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 하지만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무책임하게 곳감만 빼먹는 것과 다를게 없다. 정부는 생색만 내고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에게 남기 때문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