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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부 보조금으로 글로벌시장 잠식한 중동항공사…이젠 한국시장 노린다
-내달 7~8일 한-UAE 항공회담서 노선증편 요구할 듯
-막대한 정부 보조금 후광으로 글로벌 항공시장 교란
-유럽·호주·미국 등 중동항공사 공세에 노선 축소 등 피해
-증편요구 수용땐 항공시장 잠식…인천공항 ‘허브공항’도 위협

[헤럴드경제=이정환 기자] 오는 8월 7~8일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리는 한-UAE 항공협정 회담을 앞두고 국내 항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등에 업은 중동 항공사들이 세계 항공시장에서 거침없는 공세를 펼치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20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번 회담에서 우리 정부에 인천공항을 오가는 주요 노선 증편을 요구할 전망이다. 이미 중동항공사들이 한국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시 중동항공사들의 거침없는 공세가 본격화돼 국내 항공사들의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업계에서는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을 전략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며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부 보조금 받는 중동항공사 공세…국적항공사 경쟁력 약화= 이미 한국 시장은 중동 항공사들에게 잠식당하고 있는게 현실이다. 현재 정부 보조금으로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세워 에미레이트항공, 에티하드항공, 카타르항공 등 3사가 A380과 B777을 투입, 인천~두바이, 아부다비, 도하에 각 7회씩 모두 21회 운항중이다. 반면 국내 항공사는 대한항공만이 A380보다 공급력이 절반 이하인 A330을 주 7회 투입하고 있다.

이들 중동항공사는 우리나라 국적항공사보다 공급력은 5.5배, 운항횟수는 3배나 우위에 있는데 이번 항공협정으로 다시 증편이 되면 국내 항공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게 된다.

특히 유럽행 환승수요가 급감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 항공사는 한정된 직항 수요에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중동 항공사들은 한국 시장의 유럽행 환승 수요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며 “중동 항공사들의 증편 요구를 받아들이면 결국 우리나라의 유럽행 항공 시장의 붕괴로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항공사의 경쟁력 약화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에미레이트항공의 경우 72%, 에티하드항공은 63%, 카타르항공은 94%가 자국행 승객이 아닌 환승객이다. 양국간 수요가 14만명에 불과한 상황에서, 대다수는 유럽, 아프리카로 가는 환승객인 것이다. 결국 UAE 노선을 늘려주면 우리 국적사의 유럽노선 감편이 불가피해진다.

▶글로벌 항공사 피해 눈덩이…인천공항 ‘허브공항’ 지위도 위험= 중동항공사들의 증편 요구는 세계 각국의 항공산업을 잠식하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유럽과 대양주를 잇는 허브공항이었던 싱가포르 창이공항도 이들 항공사들의 공세에 밀려 결국 2인자로 밀려난 바 있다.

중동항공사들의 증편을 받아들이다면 인천공항도 창이공항처럼 ‘허브공항’으로서의 지위를 잃어버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중동항공사들의 공세는 아시아에만 국한돼 있지 않다. 국가간 항공협정의 기본은 양국간 수요를 바탕으로 운항 횟수를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보조금으로 무장한 중동 항공사가 무차별적으로 항공 노선을 증대해 경쟁을 왜곡하고 있다.

이미 유럽, 호주, 미국 등 항공 선진국 항공사들도 큰 피해를 입고 자국과 중동, 아시아, 유럽 노선을 잇는 직항 노선을 대폭 줄였다.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한 피해 국가들은 중동 국가와의 항공협정 개정 추진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중동 항공사의 증편에 대응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EU와 카타르간 항공협정이 체결돼 EU 항공사의 피해 방지 및 공정 경쟁을 도모하고, 중동 국가에 문제가 되고 있는 노동 및 사회적 이슈와 관련된 사항까지 협정 내용에 포함시켰다.

미국도 2018년 5월 UAE와 국제 회계 기준 준수, UAE 소속 항공사들의 미국-유럽 노선 동결 등을 이행토록 한바 있다.

반면, 캐나다는 중동국가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두바이 노선 주5편, 아부다비 노선 주 5편만을 허용해 자국의 항공산업을 보호하고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에서 중동 항공사들이 항공산업을 잠식해 나갔던 사례와 이를 극복한 사례들을 토대로 우리나라의 항공산업을 보존하고 발전시킬 일관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며 “정부는 국적사의 보호를 위해 중동항공사의 공급 증대 요구에 현명하게 대처해야한다”고 말했다.

atto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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