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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 ‘퍼펙트 스톰’ 위기…최악은 ‘리더십 공백’
실적부진에 日경제보복·삼바 등
2010년 이건희 회장때보다 최악
이재용 곧 비상회의 재소집 유력



‘실적 3분의 1토막, 끝모를 미중 무역분쟁, 일본 경제보복, 삼성바이오로직스 무리한 수사, 이재용 부회장 소환 초읽기, 국정농단 연루 대법원 판결….’

삼성을 둘러싼 악재들이다. ‘퍼펙트 스톰(크고 작은 악재가 동시다발로 일어난 초대형 위기)’급이다.

2010년 3월 이건희 회장이 “지금이 진짜 위기”라며 경영에 복귀할 때만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이건희 회장은 ‘삼성특검’ 문제로 대국민 사과(2008년 4월)를 하고 퇴진한 지 23개월만에 경영에 복귀했다. 당시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미국 제너럴모터스 등 세계굴지기업이 추락하고 있었지만 삼성전자 실적은 역대 최고(2010년 2분기 5조100억원)을 구가했다. 물론 전체 실적의 70% 이상을 점하는 주력사업의 핵심소재 조달길이 막힐 위기도 아니었다.

▶이번주 IM·CE 경영진 비상회의 가능성=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연일 ‘비상경영’을 가동 중이다. 최악 시나리오는 리더십 공백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12일 5박 6일의 일본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다음날 곧바로 주말 비상경영 회의를 소집했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은 핵심 경영진에 반도체·디스플레이 뿐만 아니라 스마트폰·TV 등 전 제품에서도 ‘컨틴전시 플랜(비상경영 계획)’을 지시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장기전을 대비하기 위함이다.

이 부회장은 18~19일 중 스마트폰을 총괄하는 무선사업부(IM) 사장단을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4일 간담회를 가진지 한달 여만이다. TV사업을 맡은 소비자가전(CE) 사장단 회의도 조만간 잇달아 개최할 가능성이 높다. 18일 일본이 한국을 첨단 재료 등의 수출 허가 신청을 면제해주는 ‘화이트 국가’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이를 시나리오별로 대응하자는 전략이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이 부회장은 일본 출장에서 돌아와 “일본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최악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불화수소 공급처를 다변화하고 국내 소재 산업 육성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어 “단기 현안에만 급급하지 말고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의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안목을 길러 흔들리지 않고 시장을 이끌어 갈수 있는 역량을 키우자”고 강조했다.

▶최악 시나리오는 ‘리더십 공백’= 삼성 안팎에서는 동시다발적인 대형 악재 속 ‘리더십 공백’을 우려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16일 삼성바이로직스 회계분식 수사와 관련 삼성바이오로직스 김태한 대표 등 경영진에 두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엔 증거인멸이 아닌 분식회계 본안에 대해 처음으로 구속 카드를 빼든 것이다.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창사 이래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는데, 18일 일본의 화이트 국가 배제뿐 아니라 25일 윤석열 검찰 총장 취임까지 걱정해야 하는 참담한 상황에 놓였다”고 전했다.

분식회계 조사 이후 검찰은 올들어 삼성을 9차례 압수수색했고 관련자 8명을 구속했다. 여기에는 그룹의 컨트롤타워격인 사업지원TF 경영진도 다수 포함됐다.

▶실적악화·미래계획 차질 우려=삼성전자 실적부진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는 것도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분기 매출 56조원, 영업이익 6조5000억원의 잠정실적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영업이익이 무려 56.3%나 줄어들었다. 역대 최고 실적이었던 작년 3분기(17.57조원)의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실적 개선 전망도 요원하다.

주력인 메모리반도체 가격하락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불화수소 등 반도체 생산의 핵심소재 조달에 비상등이 켜졌다.

여기에 끝모를 미중 무역분쟁은 대외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리더십 공백이 재현될 경우 지난해 삼성이 발표한 향후 3년간 180조원 투자 집행과 2030년 시스템반도체 1위 비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반도체 투자나 대규모 인수합병 등 과감한 결단과 신속한 의사결정은 오너의 몫”이라며 “가뜩이나 자국 기업 보호주의가 만연한데 세계가 들여다보는 삼성 같은 기업이 경영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할 때”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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