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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투’ 분위기 속 하반기에 기대 거는 조선업계
- 글로벌 불확실성 증대와 인수합병 등 대형 이슈에 주춤
- LNG선·대형 컨테이너선 등 발주 예정에 기대감↑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연초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등 세계 발주 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국내 조선업계에 훈풍이 불 것이라는 예상이 나왔지만, 상반기가 지난 시점에도 여전히 목표 수주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글로벌 이슈와 국내 인수합병이라는 대형 이슈가 실제 조선업계에 활기를 불어넣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임금 협상 등 하투(夏鬪)를 지나 하반기에는 LNG 발주 시장이 활성화하고 대내외 변수의 영향이 감소하면서 조선업계도 활력을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민노총 금속노조 산하 현대중공업지부는 지난 15일 오전부터 전체 조합원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올해 임금협상과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시작했다. 투표는 17일 오후까지 진행되며 조합원의 과반이 찬성하면 가결된다.

지난 5월2일 사측과 첫 상견례를 치른 후 올해 임금 교섭이 두 달 넘게 표류하자 파업 찬반 투표에 나선 것이다. 그간 현대중공업 노사는 사측 교섭 위원의 대표성 자격 문제를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교섭을 단 한 차례도 진행하지 못해왔다.

앞서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10일 조합원 찬반 투표에서 5170명 중 4755명(91.97%)의 찬성으로 쟁의행위 안건을 가결했다.

지난 5월초 상견례 이후 15차례 협상을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노조는 대우조선해양 매각 철회, 기본급 5.8%(12만3526원) 인상, 정년 연장(60세→62세) 등을 요구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민노총 총파업 대열 합류를 위해 18일 4시간 부분파업 계획도 확정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중순부터 임금 협상에 돌입한 상태다. 인수합병이라는 대형 이슈에서 비껴 있는 만큼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노조에 비해 상대적으로 협상 타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중공업이 건조해 SK해운社에 인도한 LNG운반선.[현대중공업 제공]

문제는 이같은 대형 이슈와 올해 임금 협상이 기업들의 실적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이들 기업의 수주 현황을 보면 상반기가 지났지만 올해 목표 실적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5월말 기준으로 28억달러를 수주해 목표액인 159억달러의 17.6%에 그쳤다. 대우조선해양은 6월 27일 기준으로 목표액인 83억7000만달러 중 27억 8000만달러를 수주해 33%의 달성률을 기록했다. 삼성중공업은 7월 11일 기준으로 33억달러의 수주를 기록해 올해 목표액인 78억달러의 42%를 달성해 ‘빅3’ 가운데 목표 실적 달성률이 가장 높았다.

당초 LNG 특수가 기대됐지만 상반기 이들 조선사의 목표액 달성이 부진한 것은 미중무역분쟁, 미국과 이란의 관계 악화와 같은 대외적 불확실성이 선주들의 발주 심리를 얼어붙게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해 LNG운반선에서도 경쟁력을 보여 주고 있지만 컨테이너선과 원유운반선은 주춤하고 있다”면서 “중국이나 일본보다 더 경쟁력을 보여주면서 공격적인 영업 활동을 펼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건조에 성공한 세계 최대 크기(2만3000TEU급)의 컨테이너선.[삼성중공업 제공]

긍정적인 것은 하반기 세계 주요 오일메이저의 LNG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유승우 SK증권 연구원은 “아나다코는 모잠비크 LNG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올해 3분기에 LNG운반선 15척 가량을 발주할 계획이고, 노바텍은 러시아 야말 천연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쇄빙 LNG운반선을 10~15척 발주할 예정”이라며 “카타르에서도 노스필드 가스전의 수출을 확대할 계획을 밝힘에 따라 40여척의 LNG운반선 발주가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 조선사들은 초대형원유운반선(VLCC)와 컨테이너선 등에서도 공격적인 수주 활동을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LNG운반선에서 지난해 한국이 세계 발주물량 대부분을 싹쓸이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높은 기술력과 신뢰성 때문이었다”면서 “올해도 LNG운반선의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다양한 선종에서 공격적 수주활동을 통해 하반기 실적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은 7척의 VLCC를 수주했는데 이는 세계 발주량 11척 중 64%에 해당한다. 삼성중공업도 최근 파나마 지역으로부터 원유운반선 2척을 수주했다. 이 배에는 질소산화물 저감장치(SCR), 스마트십 시스템 에스베슬(SVESSEL)등이 탑재됐다.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한 LNG운반선.[대우조선해양 제공]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고효율 스마트 선박의 수요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품질을 앞세워 수주 물량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2만3000TEU(20피트 길이의 컨테이너 크기를 부르는 단위)급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발주도 연내 결정될 것으로 전망되고 해양플랜트 등 고부가가치 선종에서의 발주도 줄줄이 예정돼 있어 하반기 조선업계가 활력을 되찾을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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