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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업 규제 과잉 입법]정부·국회 여론에 밀려 입법만 하고 ‘나 몰라라’…기업들만 ‘과잉금지의 원칙’ 열외에 ‘발 동동’
세심한 고민없는 ‘입법만능주의’
기업들에겐 ‘경영리스크’로 작용


“법으로 보장된 과잉금지 원칙이 기업들에겐 해당이 안되는 겁니까?”

정부와 국회에서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기업 관련 과잉입법에 대해 기업인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공정경제와 일-가정 양립, 친(親) 노동 기조로 출범한 현 정부가 추진, 법제화하고 있는 각종 경제정책들이 기업들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입법만능주의’로 흐르는 양상이다.

특히 경제정책·법안이 처리된 이후 발생되는 부작용에 기업들의 하소연이 이어지고 있지만, 후속 보완입법에 이뤄지지않아 경영활동에 발목을 잡고 있다.

‘주 52시간 근로제’가 대표적인 예다.

정부는 노동현장의 대변혁을 가져올 주 52시간 근로제를 시행하면서 각 산업현장의 현실을 감안해 기업 규모별 단계별 시행과 함께 총 21개의 특례업종을 지정하는 보완책을 마련했다.

이에 반해 경제단체와 업종별 대표기구를 중심으로 요구돼 단위기간을 현행 3개월에서 6개월로 연장하는 탄력근로제 확대법안은 국회에 발이 묶여 언제 처리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탄력근로제는 취업규칙으로 규정된 2주, 노사간 합의를 통해 도입하는 3개월 단위로 운용되고 있다. 하지만, 일정기간 집중적으로 근로가 이뤄지는 건설업이나 IT업종, 연구개발 직군은 이 정도 탄력근로제만으로는 주 52시간 근로를 적용하기 어렵다는 탄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재계에서 요구하고 있는 선택근로제·재량근로제 역시 여야의 의견 대립 속에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오는 17일 전면 시행되는 이른바 ‘블라인드 채용법’도 마찬가지다. 앞으로 기업 채용과정에서 구직자에게 직무와 관련없는 외모, 출신지역, 혼인여부 등 개인 신상을 요구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 법안은 위반 횟수에 따라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 법안은 기업 상황과 특성에 맞는 자유로운 채용을 막는 과잉규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특히 지방에 소재한 기업들은 블라인드 채용법 탓에 지역출신 구직자를 우선 선발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역 채용 확대를 통한 지역균형 발전이라는 정부의 정책방향에 정부 정책이 발목을 잡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이 높다.

본격 시행에 들어간 ‘직장 내 괴롭힘 방지법’도 과잉입법의 산물이라는 반응이 높다.

직원 간 갑질, 폭언 등 괴롭힘을 금지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이를 정부가 개별 법안으로 시시콜콜하게 규제해 기업의 노무관리 부담을 지도록하는 게 옳은 방향이냐는 것이다. 법 내용만 봐도 애매하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 조항은 없고 사용자의 처벌을 가능하게 것은 헌법에 가장 중요한 원칙인 자기책임의 원칙에도 어긋나는 것”이라며 “경영 환경과 법 체계 둘 다에서 혼란이 일어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더불어 경제 전문가들은 이같은 과잉입법 규제가 기업의 경영활동의 발목을 잡는 리스크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다. 법을 만들기는 쉽지만 법의 영향을 받는 산업현장과 기업들에 대한 세심한 고려가 없다면 입법의 취지는 사라지고 규제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안법, 주52시간 근무제, 괴롭힘 방지법 등 새로운 기업규제 과잉입법이 도입될 때마다 기업 입장에서는 관리 리스크가 올라가는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는 규제를 풀어 투자하라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기업을 거의 쫓아내는 꼴이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한국의 규제때문에 탈(脫)한국 했는데, 정부와 정치권에서 이러한 반성없이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밝혔다. 

유재훈·이세진 기자/@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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