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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대1 메신저’도 ‘성희롱’…인권위 사적대화 개입 논란
회사 PC로 업무시간에 나눈 대화
“온전한 사생활 영역 해당 안돼”
“대통령도 없는 자리에서는 험담”
“성희롱 기준 세워 가는 과도기”


국가인권위원회가 두 남성이 ‘일대일’ 메신저 대화로 여성 비하 발언을 한 것에 대해서까지 ‘성희롱’이라고 판단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개인간 대화에 인권위가 너무 깊이 개입, 사건을 판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이렇게 하면 속마음을 누구와 얘기하겠냐’는 비난도 거세다. 성희롱을 잡으려다 말할 권리를 빼앗은 것이란 비판도 나온다. 통상 일대일 대화를 ‘사적 영역’으로 간주해 진정을 각하해오던 인권위 판단과도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다. 진정을 제기한 여성은 형사처벌 받았다. 인권위는 ‘진정인이 입었을 정신적 피해에 집중해 성희롱 여부를 판단했다’고 밝혔다.

▶진정인, 불법적으로 대화내용 취득= 사건은 지난 2016년에 일어났다. 한 회사의 남성 팀장과 남자 직원은 같은 사무실에 근무하는 여성 직원 2명에 대해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과 여성 비하적 표현을 사용하면서 여성들을 힐난했다. 두 남성은 ‘저 갈OO 오늘 칼퇴 못하겠다. 꼬시다’, ‘식충이 걸OO은 안쳐먹는대?’, ‘양쪽으로 둘다 쥐약을 처먹었나’ 등의 표현을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두 남성의 대화 내용은 남성 팀장이 휴가로 자리를 비웠고, 팀장의 회사 컴퓨터를 여성 진정인이 사용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됐다. 해당 여성 진정인은 두 남성의 대화 내용을 프린트물로 인쇄해 사내 여직원들이 돌려보게 했다.

진정인 여성은 회사 대표에게 두 남성 직원을 성희롱으로 신고했지만, 회사 대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후 여성 진정인과 피해 여성 2명은 출근을 거부하며 강하게 항의했고 뒤늦게 회사 인사위원회가 열려 두 남성 직원은 90일 무급정직 처분을 받았다.

문제는 과연 진정인 여성이 불법적으로 알게된 두 남성의 대화 내용을 근거로 인권위가 ‘성희롱’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적정했느냐 여부로 좁혀진다. 팀장 남성은 진정인 여성을 정보통신망법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로 소송을 걸었고 대화 내용을 외부로 알린 여성은 벌금 200만원에 처해졌다. 벌금은 형법상 처벌로 소위 ‘전과기록’이 남는다. 진정인 여성은 남성 직원들로부터 민사소송을 당할 수도 있다. 남성 직원 2명이 90일간 무급정직을 당한 것에 대한 피해배상 차원에서 200만원 벌금 외에 추가적으로 수백만원을 물어내야 할 수도 있게 된 것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진정인 여성은 자신의 행위가 형사처벌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인권위 내에서도 ‘갑론을박’= 이번 사안을 두고 인권위 내에서도 이를 ‘성희롱’으로 볼 것이냐 아니냐를 두고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쟁점은 크게 두가지였는데 하나는 불법적으로 취득한 사인간의 대화 내용을 근거로 ‘성희롱’ 판단을 인권위가 내리는 것의 적절성 여부와, 또다른 하나는 사인간의 대화에 너무 깊이 개입하는 것 역시 또다른 인권 침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 등이었다.

인권위 관계자는 “치열한 토론이 있었다. 성희롱이라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며 “다만 남성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보고난 뒤에는 대체로 의견이 모아졌다”고 설명했다.

인권위 바깥에서도 논란은 진행형이다. 김성일 변호사는 “대통령도 없는 자리에서는 험담 대상이 되기도 한다. 국가 모독죄로 대통령 험담을 처벌해서는 안되는 것이 민주 국가”라며 “사적인 대화의 당사자까지, 죄를 묻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적인 대화다. 이런 것을 성희롱으로 판단하면 향후엔 ‘일기장에 써놓은 것’을 가지고도 외부로 알려지면 처벌 될 수 있다. 사리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성희롱으로 보는 것이 당연하다는 주장도 있다. 이은의 변호사는 “인권위의 결정은 직장내 성희롱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며 “직장내 성희롱은 피해자가 성적수치심이나 굴욕감을 느꼈을만한 상황인지가 요건이다.”라고 말했다. 또 “일부 남성들이 ‘사적인 대화도 못하는 것아니냐’고 생각하는 것은 가해자에게 과몰입하며 자신들이 한 언동을 동일시하며 빚는 오해다. 우리 사회는 지금 SNS 등 인터넷 보급과 관련해 발생하는 다양한 직장내 성희롱들에 대해 기준을 세워가는 과도기”라고 말했다.

박병국 기자/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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