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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日 경제보복]청와대, 30대기업 간담회…만나긴 하는데 뾰족한 해법은 글쎄
- 재계 “정치 문제는 정치로 풀어야”
- 기업 자구책 마련에 동분서주
- IT 등 글로벌 경제 파급 우려에 ‘트럼프 낙관론’도 솔솔

[헤럴드경제=이태형 기자]일본의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대책을 모색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국내 30대 그룹 총수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2017년 7월과 올해 1월에 이어 그룹 총수들과의 간담회는 이번이 세 번째다. 특히 이번 간담회는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가 4일부터 시행된 가운데 이뤄진 만큼 정부 차원의 대책과 기업들의 자구책을 놓고 다양한 얘기들이 오갔다.

재계 입장은 결국 정치외교 문제는 정치외교로 풀어야 한다는 데로 귀결된다. 정부 간 갈등에 기업이 나서는데는 분명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도 이날 간담회에서 일본 정부를 향해 강한 발언을 내놓으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10일 재계와 관련 단체 등에 따르면 사실상 이번 사태의 해법을 모색하는데 있어 기업의 역할은 미미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대법원의 일본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을 놓고 일본 아베 정부가 반발하면서 촉발된 현 사태는 애초부터 ‘국가 대 국가’의 문제라는 점이 재계의 전반적인 분위기다.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국제협력실장은 “경제 문제가 아니고 정치 문제로 시작된 만큼 정경 분리 원칙이 지켜졌으면 좋겠지만 현재로선 그렇지 못하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양국 정부가 협상 테이블에 앉아서 푸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진단했다.

엄 실장은 “당장 뽀족한 방법도 없고 기업이 할 일도 없다. 정부 대 정부로서 협상을 통해 푸는 방법 외에는 없다”면서 “규제 대상을 확대하면 이미 발표한 세 소재가 문제가 아니다. 개별 기업이 어떻게 일일이 대응하겠는가. 일본이 협상의 문을 열어놓은 만큼 양측이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책이라도 빨리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경상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조사본부장은 “아베 총리를 움직이려면 정치적 셈법이 필요한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통한 압박이 있을 거라는 얘기도 있다. 즉 한일 양국이 아니라 제 3자를 통한 해법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일본이 더 이상 막다른 길로만 가지 않길 바란다”며 “정치적 목적은 양국의 우호와 안보협력에 바람직하지 않다. 일본은 수출 제한조치를 철회하고,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비상한 각오로 임하고 있다”고 일본을 향해 강한발언을 내놓았다.

재계 역할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당정청이 지난 3일 발표한 소재·부품 개발에 매년 1조원을 투자하겠다는 대책은 이미 발표한 ‘제조업 르네상스’의 재판이며, 당장 한두달 재고 확보가 어려운 기업들에게 이 같은 중장기 계획은 현실감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하지 못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출장길에 나선 것도 기업으로서는 눈앞의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은 현지 재계 관계자 등을 만나 최근 상황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여러 경로를 통해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확보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수출 규제 대상에 오른 일본 소재 생산기업들의 해외 공장을 통한 ‘우회 수입’ 가능성 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오전 인텍스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공식환영식에서 의장국인 일본 아베 신조 총리와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연합]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트럼프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전세계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합계 점유율 70%와 50% 이상을 각각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는 삼성디스플레이의 점유율이 90%에 육박하고,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글로벌 1위 업체다.

삼성, SK, LG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지 못하면 전세계 전자산업은 물론 자동차, 항공, 조선, 화학 등 모든 분야가 ‘패닉’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아베 총리의 ‘고집’ 때문에 애플 아이폰과 GM 자동차 생산에 직접적인 차질이 발생한다면 미국이 가만히 있겠느냐”면서 외교적 사안을 빌미로 한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글로벌 산업 전반에 영향이 미칠 경우 국제사회가 중재 혹은 압박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th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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