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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치테러’ 당한 렉서스 소유주 “이미 산 일본車, 어찌합니까?”
일본 제품 불매운동, 일본산 차량 소유주에 불똥
차주들 ‘엠블럼 변경’ ‘블랙박스 조정’ 등 ‘팁’ 공유
“일본 차량 탄다고 매국노라니…억울” 볼멘소리도
김치 찌꺼기와 국물로 범벅이 된 도요타 렉서스 차량. [네이버 카페 캡처]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김민지 인턴기자] 반도체 핵심 부품의 수출을 규제하는 등 일본 정부의 ‘경제 보복’으로 촉발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이미 일본 제품을 사용하고 있는 애꿎은 국내 소비자에게도 피해를 주고 있다. 일본산 차량을 대상으로 김치를 투척하고 타이어에 압정을 박아놓는 등 일종의 ‘테러’가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은 “일본이 미운 것은 이해하지만 이미 산 차량을 어떡하라는 거냐”라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지난 5일 렉서스 차량 소유주들이 모인 한 네이버 카페에 ‘김치 테러 당했습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김치 찌꺼기와 국물로 범벅이 된 렉서스 차량의 후면 사진과 “범인을 꼭 잡고 싶다”는 피해 차주의 사연이 담겨 있었다. 대구에 거주한다는 피해자는 “폐쇄회로(CC)TV를 확인해보니 지난 3일 밤에서 4일 새벽 사이에 영화관 지하 주차장에서 테러를 당한 것 같다”며 “범인을 잡는다면 법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산 제품을 향한 테러는 물론 이전에도 있었지만 최근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시작된 이후 눈에 띄게 그 빈도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해당 카페에는 테러 관련 게시글이 지난 3일부터 일주일도 안 되는 기간에 무려 7건이 올라왔다. 이는 비슷한 내용의 게시글이 한 달에 1~2건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해 크게 웃도는 수치다.

김치 투척 외에도 일본산 차량을 겨냥한 테러의 유형은 다양했다. 복수의 관련 커뮤니티에 따르면 보닛이 깊게 파이는 열쇠 테러를 당했거나, 타이어에 압정이 박혔거나, 송곳 등 뾰족한 물건으로 인해 타이어가 펑크 난 사례 등도 있었다. 이에 일본산 차량의 구입을 앞둔 일부 네티즌은 ‘일본 제품 불매운동으로 테러를 당했다’는 게시글에 “주변 분위기가 너무 좋지 않아 계약을 해지해야 할 지 고민”이라는 댓글을 달며 조언을 구하기도 했다

‘테러 방지 팁’을 공유 중인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 [네이버 카페 캡처]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은 “가급적이면 CCTV가 설치된 곳에 주차해야 한다”, “블랙박스를 상시 모드로 변경하자” 등의 팁을 공유하며 테러에 대비하고 있었다.

일본산 차량임을 숨기기 위해 상표를 나타내는 엠블럼을 교체한 차주도 있었다. 도요타의 프리우스 차량을 보유 중인 A씨는 지난 4일 도요타 엠블럼을 ‘ASIA(아시아)’라고 적힌 마크로 바꿨다. 그는 “테러 당하기 싫으니 임시방편으로 엠블럼을 떼기로 했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는 사실이 어이없긴 하다”고 커뮤니티에 털어놓기도 했다.

실제로 일본산 차량 소유주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관련 커뮤니티 등에 “일본차를 모는 사람도 결국은 한국인인데 왜 우리 국민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건가”, “일본 차 탄다고 매국노는 아니다”, “너무 감정적으로 대응하는 사람들이 많다” 등의 댓글을 달며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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