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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교부 요청에 따라 의견서 검토”…전·현직 판사 10명이 전한 강제징용 판결 배경은
양승태 대법원 시절 법원행정처 근무 10여명 임종헌 재판에서 증언
외교부와 소통, 5가지 시나리오 준비하고 결론 최대한 늦춰
대법원 전원합의체[대법원 제공]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여파로 한일 관계가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진행중인 사법농단 재판에 나서고 있는 전·현직 판사들이 증언 내용이 주목된다. 정부와 대법원이 협의해 선고 시기를 늦췄다는 등의 의혹이 사실로 결론나면 또 한차례 파장이 예상된다.

4일 법원에 따르면 사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선 4월2일을 시작으로 행정처 등에 근무했던 전현직 판사 10여명이 증인으로 나섰다.

그 중 법원행정처 사법정책실 심의관을 지낸 박찬익 전 부장판사는 2013년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이던 임 전 차장으로부터 지시를 받아 '강제징용 사건' 관련 보고서를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는 '외교부를 배려해 절차적 만족감을 줄 수 있는 방안'과 대법원의 강제징용 사건 판결에 따른 ▲재상고 기각 ▲대법원에서 화해·조정 시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단 등 5가지 시나리오가 담겼다. 특히 손해배상 액수를 줄이기 위해 소멸시효를 엄격하게 적용하는 방안 등이 제시됐다. 박 전 부장판사는 "(임 전 차장이) 검토를 지시하며 잠재적 원고가 많으니 소멸시효 부분을 엄격하게 보는 것이 맞지 않겠냐는 취지로 말했다"면서 "재단이나 보상입법의 적절한 시기나 방법을 고민해보라고 해서 검토했다"고 설명했다. 행정처 심의관이었던 시진국 부장판사도 개별 사건의 예상 선고결과에 대한 문건을 작성하면서 "재판 개입 위법성 인식이 없었고, 제일 말단으로서 간부 지시를 따랐다"고 증언했다.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도 법정에 나와 본인이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과 관련해 임 전 차장과 함께 외교부 관계자를 수차례 만났고, 임 전 차장이 외교부 요청에 따라 강제징용 재상고 사건 관련 의견서를 검토해줬다고 증언했다. 헌재 파견법관을 지낸 최희준 부장판사도 임 전 차장에게 전해준 헌재의 강제징용 사건 관련 정보가 피고측 소송 대리인인 김앤장에 전달될 것이란 사실을 전혀 몰랐고, 알았으면 전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기업에 문서를 보내라고 요구하는 과정에서 대법원이 ‘국외송달’을 이유로 재판을 지연했다는 의혹도 있다. 사법지원 총괄심의관을 지낸 전지원 부장판사는 해외 송달을 고의로 지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송달 관련해 제가 '문제가 있다. 이게 왜 이렇게 됐냐'고 한 뒤에 최선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사법지원실에서 다 했다. 아마 일주일도 안 걸렸을 것"이라며 "(일부러 늦어지게 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th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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