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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르포> [급식대란]"어른들은 밥그릇 싸움이지만 아이들 악몽돼선 안돼"
-3일부터 급식 파업..일부학교 도시락 지참 통신문
-"도시락 때문에 아이들 기죽을까 걱정"
3일 서울 송파구 위례별 초등학교 등굣길. 도시락 가방을 든 아이들이 등교하고 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헤럴드경제=박병국·김유진·성기윤 기자] "밥그릇 지키려는 어른들 파업이, 아이들에게는 악몽이 되선 안되겠죠. 첫날인 오늘은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도시락을 싸줬어요"

급식대란이 본격화된 3일 오전 8시 서울 송파구 위례별초등학교 등교길. 오랜만에 도시락 가방을 손에 든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학교로 뛰어갔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표정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아이에게 악몽이 되지 않도록 도시락을 정성스럽게 쌌다"는 이 학교 4학년 학부모 이모(39 여)씨는 "급식 파업 얘기가 매년 나오는 것 같다"며 "어릴적 부모님은 아침에 도시락을 어떻게 싸서 보냈나 싶다. 파업 때문에 정신이 없다"고 했다. 그는 "좋아하는 소세지, 계란말이를 준비했더니 아이가 신났다"며 "친구들이랑 나눠먹으라고 메론이랑 체리도 넉넉하게 쌌다"고 했다.

우려했던 급식대란이 결국 현실화 됐다. 3일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전국 1만426개 학교 중 44.1%인 4601개교에서 급식이 중단됐다. 2797개교가 급식대신 빵, 우유 등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고, 635개 학교에서는 도시락을 지참해 오라고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이번 파업으로 도시락을 싸야하는 부모들의 불편함은 커졌고, 아이들 점심을 빵과 우유로 대체해야하는 부모의 마음도 편치 않다.

위례별초 4학년, 5학년 외손자 2명을 등교시킨 후 기자와 만난 김모(62, 여)씨는 도시락 반찬 때문에 아이가 기죽을까 우려스럽다. 김씨는 "학교 마치고 집에오면 친구들의 도시락 반찬 얘기를 할 거 같은데, 할머니가 맛없는 것 싸줬다가 손자가 기죽을까봐 걱정"이라며 "급식 조리원들 다들 고생하는 것은 알지만, 자꾸 파업을 하면 부모들도 편들어주기 힘들다. 특히 우리처럼 애가 둘이나 있는 집은 불편함이 더 커진다"고 했다. 김 씨는 장조림과, 시금치, 볶음김치를 준비했다.

급식이 끊긴 다른학교 학부모들의 불편도 컸다. 서울 중랑구 면북초등학교도 전날 가정통신문을 통해 급식중단을 알리며, 도시락 지참을 학부모들에게 요청했다. 면북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인 장모(38·여) 씨는 "급식파업 때문에 학부모들이 다들 난리인 것 같다. 신경쓰이고 부담된다. 아침에 잠깐 싸는게 아니라. 뭘 싸야할지도 고민해야되고. 애들은 주는대로 먹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2학년 학부모인 A(43·여)씨는 "평소보다 1시간씩 일찍 일어나, 볶음밥을 샀다"며 "파업예정 금요일까지 1시간씩 일찍 일어날 예정"이라고 했다.

서울 중랑구 면북초등학교 등굣길에서 만난 한 학생의 도시락 가방

집에서 도시락을 직접 싸줄 형편이 되지 않는 학부모들은 도시락을 주문하거나, 샌드위치 등을 주문하기도 한다. 면북초 인근에서 김밥집을 운영하는 이모(41·여)씨는 "엄마들이 개개인으로 와서 김밥등을 많이 사갔다"며 "평소보다 3배정도 주문량이 많아졌다"고 했다.

급식 조리원 등이 포함된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는 오는 5일 까지 사흘 동안 파업을 진행한다. 하지만 파업이 더 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배동산 학비연대 정책국장은 "파업을 계속 진행할지 여부는 5일날 판단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 국장은 "교육당국이 진전된 교섭안을 들고 나면 교섭에 나올 것"이라면서 "3일 현재까지 교섭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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