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현장에서] 그들이 우주에 베팅하는 이유

[헤럴드경제=정태일 기자]6년 전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미디어아트 작가 송호준 씨가 출연했다. 유명 연예인들만 출연하던 방송에 송 씨는 일반인 최초 출연자로 당시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갖고 있던 진짜 특이한 이력은 따로 있었다. 바로 그는 세계 최초로 개인 인공위성을 쏘아 올린 인물이었다. 진행자들이 재료를 어디에서 구입했냐고 묻자 송 씨는 '아마존'이라고 답했다.

6년 전에도 아마존은 인공위성 재료까지 취급하던 막대한 플랫폼이었다. 자타공인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다운 면모라고 볼 수 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아마존은 일찌감치 '우주 DNA'가 탑재된 기업이기도 하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최고경영자)는 2000년 민간 우주기업 블루 오리진을 설립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아마존은 블루 오리진, AWS(아마존웹서비스) 등 관계사와 함께 인공위성을 띄워 거대 인터넷망을 구축하기 위한 막바지 단계에 진입했다.

아마존 카이퍼(Kuiper) 프로젝트는 3236개 위성을 지상 600㎞ 저궤도에 쏘아 올려 전 세계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구상을 담고 있다. 현재 카이퍼 프로젝트는 FCC 심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아마존은 2022년까지 이 프로젝트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지난달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re:MARS' 컨퍼런스에서 베조스 CEO는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천대의 위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아마존은 수십억 달러를 투자할 것"이라며 카이퍼프로젝트를 'big bet(큰 투자)'이라고 강조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혁신가' 타이틀을 얻게 된 이유는 비단 전기차때문만은 아니다. 그 역시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 X를 설립하고 지속적으로 우주 공략에 나서고 있다.

스페이스 X는 지난 4월 첫 로켓 상업비행에 성공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대형 우주 발사체 '팰컨 헤비'로 두 번째 상업 발사에 성공했다. 원자시계와 우주돛단배, 유골을 실은 우주장 위성 등 우주탑재체 24기를 세 궤도에 나눠 올리는 복잡한 임무를 수행했다.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와 리처드 브랜슨 회장의 버진그룹도 올해 초 위성 스타트업 원엡에 20억달러 이상 투자했다.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원엡은 블루 오리진, 스페이스 X와 함께 민간 우주기업 3대 강자로 꼽히고 있다. 향후 이들 3개 기업이 쏘아 올릴 위성 숫자만 해도 6000개 이상을 상회할 전망이다.

이처럼 이들이 우주에 집중적인 투자를 쏟아붓는 이유는 명확하다. 다음 패권은 이 시장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강력히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을 찾은 숀 레이 AWS 아시아태평양 디벨로퍼 릴레이션 총괄은 기자간담회에서 "2017년 기준 러시아와 미국 우주 당국에서 발사한 위성을 합친 것보다 민간 영역에서 쏘아올린 위성이 더 많다"며 "머지않아 작은 크기의 위성들이 가까운 우주를 뒤덮을 것"이라고 밝혔다.

민간 우주기업들이 노리는 것은 바로 '통신' 영역이다. 레이 총괄은 "위성 기술이 발전하면 국가 간 통신 비용은 내려가고, 저개발국가 통신비도 저렴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우주기업 위성은 우선적으로 해양 분야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레이 총괄은 "한반도를 둘러싼 바다에 2000척 이상이 화물선이 다니는데 GPS로 위치추적까지는 되지만 저비용 IoT 관리형 위성이 도입되면 컨테이너가 몇대인지, 안에 들어간 상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어 기업들은 주문한 물품을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원엡도 글로벌 해양 위성 시장을 노리고 영국 방위산업체 코브햄, 국내 위성안테나 기업 인텔리안테크 등과 손잡았다.

스페이스X 최대 목표도 지구 저궤도에 소형 위성 1만1925개를 쏘아 올려 2020년부터 전 세계에 초고속 인터넷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지구 상의 IT기술을 그대로 우주로 옮겨 가겠다는 얘기다.

반면 글로벌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국내서는 주요 기업들의 우주 공략을 위한 전략 및 전술은 크게 눈에 띄지 않는다. 퍼포먼스 수준이었지만 세계 최초 개인 위성을 쏘아 올린 미디어아트 작가 만큼의 화제성도 부족하다.

우리가 세계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거머쥐며 IT강국임을 재확인했다고 자신했을 때 해외의 더 큰 기업들은 5G 이상의 세상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우리가 지상에 머무는 동안 그들의 혁신 총구는 우주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killpass@heraldcorp.com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가 지난 5월 블루 오리진 달 탐사선 블루문을 공개하는 모습 [블루 오리진 제공]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