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원물가 20년 만에 최저…디플레이션 우려도
연간 물가상승률 '0%대' 기록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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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올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2015년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간으로도 1999년, 2015년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0%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계청이 2일 공개한 '6월 소비자물가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8(2015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했다. 지난 1월 0.8% 오른 데 이어 2월 0.5%, 3월 0.4%, 4월 0.6%, 5월 0.7% 상승해 6개월 연속 0%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2015년 2월∼11월(10개월) 이후 최장기간 0%대 물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당시에는 저유가 기조의 영향이 컸다. 2015년 이전에 6개월 이상 0%대 상승률을 기록한 적은 1999년 2월~9월(8개월)이 유일했다.
상반기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0.6%로 2015년(0.6%)에 이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1999년(0.7%)과 2016년(0.9%)에도 1~6월까지 전년누계비 상승률이 0%대를 기록했지만 이번처럼 0.6%까지 낮아진 것은 2015년과 올해 밖에 없었다.
집세, 공공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 물가의 둔화가 전반적인 물가 안정세를 가져왔다. 서비스는 전체 물가지수에서 약 55%의 비중을 차지한다. 공동주택관리비(5.5%), 치킨(5.2%) 등 개인서비스는 전년 동월 대비 1.9% 오른 반면 휴대전화료(-3.5%), 고등학교납입금(-3.0%) 등 공공서비스가 1년 전보다 0.2% 하락했다. 특히 집세가 -0.2% 상승률을 기록했다. 2006년 2월(-0.2%) 이후 최저치다. 전세가 0.1% 올랐지만, 월세는 0.5% 하락했다.
여기에 석유류 등 공업제품 물가 둔화도 영향을 미쳤다. 석유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2% 하락하며 전체 물가를 0.14%포인트 끌어내렸다. 내달까지 유류세를 7% 한시적으로 인하한 영향이다. 전체 공업제품은 보합세를 기록했다. 품목별로 휘발유 0.9%, 경유 0.4%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그 결과 지난달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근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0.7% 상승하는 데 그쳤다. 1월~6월 전년 누계비 상승률은 0.8%에 불과했다. 1999년 상반기 0.2% 하락한 이후 2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소비자물가에서 국제유가, 농산물 값 등 예측이 어려운 공급 측 요인을 뺀 근원물가는 수요 측면에서 기조적인 물가 추세를 살펴볼 수 있는 수치다.
근원물가가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것을 두고 해석이 갈린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낮은 공급 측 물가 영향으로 해석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 소득주도성장 기조에 따라 복지 확대, 부동산 시장 억제책 등이 시행돼 공급측 물가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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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민간 연구소는 일본식 디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하락과 경기침체)이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고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개발연구원(KDI)는 경기 부진에 따른 마이너스 수요압력이 저물가 현상을 낳았다고 분석했다. 올해 물가가 0.7% 상승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수요가 위축됐다는 의미다.
결국 낮은 공급 측 물가와 저성장에 따른 수요 부족, 두 가지 원인 모두 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어느 영향이 더 우세하냐에 따라 현 저물가 현상을 진단하고 제시하는 해결책이 달라진다. 수요 부족 현상 문제를 지적한 KDI는 최근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며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에 통화당국도 보조를 맞출 것을 권고했다. 금리 인하가 필요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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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물가상승률은 1%를 밑돌 것으로 보인다. 과거 1999년(0.8%), 2015년(0.7%)에 연간 물가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적이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말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4월 전망치(1.1%)를 하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도 "하반기에 일부 택시요금이 오르겠지만 2학기 고교 납입금 무상화, 7∼8월 전기료 인하가 예정돼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크게 높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