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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연 활약 트럼프…빛난 조연 文…손해 없는 金
세기의 판문점 회동이 남긴 3色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0일 오후 판문점에서 악수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바라보고 있다. 트럼프의 ‘트윗 제안’으로 성사된 이날의 남북미 판문점 회동은 ‘세기의 회동’으로 불릴만큼 상징적인 장면과 기록을 남겼다. [연합]

미리 써놓은 각본은 없었다. 순간 순간 임기응변식으로 대본은 마련됐고, 곳곳은 ‘애드립’으로 채워졌다. 정교한 플랜은 생각할 틈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기의 회동’은 성사됐다. 한반도 새역사를 썼다. 급박하게 마련된 만남이었는데도, 예행연습을 거친 것 처럼 오케스트라 선율은 빛 났다. 지난달 30일 분단의 상징인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이 전격적으로 회동하면서 전세계를 깜짝 놀래켰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전격적인 ‘트윗 제안’으로 성사된 이 만남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선 처음으로 월경, 북한 땅을 밟았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정중히 안내했고, 이를 문재인 대통령은 웃으면서 지켜봤다.

이날 역사적인 북미 정상 판문점 만남을 지켜본 정치권 인사는 “트럼프 대통령은 주연으로 활약했고, 김 위원장은 손해 없는 이벤트를 소화했고, 문 대통령은 조연 역할이 빛이 났다”고 했다. 남북미 판문점 회동을 둘러싼 세 정상의 이해득실을 이같이 표현한 것이다. ▶관련기사 3·4ㆍ5면

일단 문 대통령의 ‘조연 역할’이 세 정상의 만남을 이끌어냈다는 평가다. 문 대통령은 이날의 판문점 회동을 거론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이야말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주인공이자 한반도의 ‘피스메이커’”라고 치켜 세운뒤 “오늘 대화의 중심은 북미”라고 했다. 북미 정상간 만남이 중요한 것이고, 본인은 조연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뜻이었다.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교착상태를 보이고 있는 북미대화 속에서 중재자, 촉진자 역할을 자임한데 이어 이날은 ‘조연’을 자처하면서 둘 간의 만남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와 관련해 “문 대통령의 평화프로세스에 대한 노력, 트럼프 대통령의 절실함, 김 위원장의 화답이 어우러져 사상 최초의 판문점 남북미 회동이 이뤄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판문점 회동을 통해 막대한 이득을 챙겼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 문제는 그의 재선가도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이슈라는 점에서 일각에선 ‘세기의 쇼’라는 비판이 제기되지만, 전체적으론 ‘피스 메이커’라는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제안에 김 위원장이 화답함으로써 체면을 세우게 됐고, 향후 북미대화에서 주도권을 얻게 된 것은 트럼프의 주요 성과로 꼽힌다. 특히 이번 판문점 회동을 위해 주연으로 활약한 것은 그의 정치적 무게감을 더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김 위원장의 판문점행(行) 역시 고도로 계산된 화답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즉, 판문점 만남에서 손해는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으로서도 올해말로 명시된 시점을 당기고, 북미대화 재개를 통해 대북제재 완화 등을 이끌어낼 동인으로 판문점 회동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이 이번에 발휘됐다는 것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문 대통령이 조연을 자처한 것이 보기 좋았다”며 “문 대통령 본인이 앞에 나설 수 있던 상황이지만 철저히 뒤로 빠짐으로 실제로 본인이 한반도 평화 문제에 대해 얼마만큼 진정성을 갖고 있는지를 역설적으로 보여줬다”고 했다. 박휘락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이번 DMZ 회담은 굉장히 즉흥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문제 등 각자의 사정과 겹치면서 갑작스레 일어났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음 협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도 성과를 내야 하는데, 김정은 정권이 여전히 북핵 폐기에 부정적인 입장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 북미간 실무 협상이 진행되겠지만, ‘백악관 회담’의 성사는 긍정적으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강문규 기자/mkk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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