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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08 금융위기’가 트럼프의 독주를 불렀다
미중무역전쟁·브렉시트…
세계의 갈등 2008체제가 잉태
한 국가 넘어 지정학적 문제

美 정부주도로 월가 긴급구제
위기 타개 역량 세계에 과시
각국에 맡은 유럽은 쇠락 자초
2016년 中증시붕괴도 ‘폭탄될뻔’


“실제로 2008년의 금융위기는 단지 미국만이 아닌 전 세계가 함께 겪은 위기였으며 다만 그 근원지가 북대서양을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었을 뿐이다.(…)이러한 상호의존성의 규모와 달러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세계 금융시스템을 분명히 밝혀내는 작업은(…)위험천만한 현재의 상황에 새로운 빛을 던져주기 때문에 중요하다.”‘(붕괴’에서)

“혼란은 진행중이다.”

애덤 투즈 컬럼비아대 교수는 역저 ‘붕괴’(아카넷)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지 10년이 지났지만 위기는 완전히 끝나지 않았다고 말한다. 세계화시대의 첫 위기인 2008년 금융위기는 돌연변이나 전이의 형태로 새로운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를테면 최근의 정치적·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위기의 변형된 모습이라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여진도 상당하다. 남유럽은 아직도 여기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미중무역전쟁, 브렉시트 등 현재 급변하고 있는 세계의 진면목을 이해하려면 다시 2008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투즈 교수는 강조한다. 2008년의 위기를 다시 돌아보되 미국이나 영국의 문제로 인식하거나 금융권으로 한정하지 말고, 정치적·지정학적 맥락에서 더 넓게 들여다보라는 것이다.

미국은 물론 유럽연합과 중국 한국 등 아시아,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전 세계에 미친 영향을 전면적으로 살핀 책은 10년이란 거리를 확보한 현 시점에서 위기의 발발과 확산, 대응 및 진행형인 파장을 종합적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8년의 금융위기는 속도와 위력면에서 역대급으로 기록된다. 세계 전역에서 굴지의 대형 은행이 동시에 파산의 위험에 처했고전에 없는 정부의 전면 개입, 연준의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으로 사태를 해결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투즈는 미국발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가 유럽까지 순식간에 번진 이유를 달러를 기반으로 한 북대서양 은행시스템, 글로벌 금융의 중심지 월스트리트와 시티오브런던의 연결고리가 빚어낸 시스템의 위기로 본다.

이런 긴밀한 네트워크를 따라 금융위기는 재정위기를 불러오면서 아일랜드,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로존 전역으로 확산됐는데, 문제는 미국이 정부 주도로 “월스트리트를 먼저 구하“고 보자는 논리에 따라 돈을 쏟아부으면서 긴급구제에 나선 반면 유럽은 각국에 맡겼다는 점이다. 영국과 독일, 프랑스는 그런대로 해결능력이 있었지만 나머지 국가들은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식의 유럽연합 차원의 대응은 위기를 유예시킴으로써 2012년 유로존은 위기에 빠지게 된다. “2012년 유로존의 위기는 단기시장을 중심으로 한 자금조달에 과도하게 의존함으로써 금융시장을 통한 차입금이 과도하게 늘어나 재정구조가 취약해진 것“이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저자는 2008년 당시 유럽연합의 위기대응 실패가 일부 지도적 국가나 정파의 이익에 따라 좌우됐음을 지적한다. 이 과정에서 독일이 그리스의 정권 교체에까지 깊숙이 개입하는 상황까지 벌어진다. 당시 유럽은 스스로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로 치닫고, 결국 그리스가 ‘제2의 리먼브라더스’가 되는 걸 막기 위해 미국이 IMF를 통해 유럽을 구제하면서 금융위기 직전 달러화의 몰락을 통쾌해했던 유럽은 역설적으로 미국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유럽의 위기 관리 좌정에서 피해를 본 건 유럽 대중 뿐 아니라 기업들이었다. 저자는 2008년 이후 세계 기업순위에서 아시아가 약진한 건 유럽 기업의 쇠락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책에는 한국의 2008년 금융위기 사례도 소개돼 있다. 저자는 당시 한국은 높은 경제성장에도 아시아 국가 중 가장 큰 위기를 경험했다며, 수출주도형 국가의 한계를 지적한다. 국제 화폐시장에서 자금 조달의 의존도가 높고 국내외 금리차를 이용한 투자가 적지 않았기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급한 불을 끄는데 미국과 300억 달러에 이르는 통화스와프 체결이 소방수 역할을 했다. 투즈는 ‘한국어판 서문’을 통해 여전히 위기는 존재한다며,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이 상수 불안 요소라고 지적한다. 정치와 경제는 맞닿아 있다는 얘기다.

미국은 금융위기를 통해 다시 세계금융경제의 중심지로 스스로를 만들었다. 자신이 만들어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역량을 지닌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입증한 셈인데, 이는 달러를 찍어내는 유일한 국가라는 구조적인 영향력, 정책의 실행력에 있었다고 저자는평가한다. 이는 한편으론 달러 중심 금융시스템의 문제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왜 지금 2008년 금융위기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걸까. 저자는 2015~16년 중국 주식시장의 붕괴로 또 한번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할 뻔했다며, 금융위기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닌 지역에서 일어날 수 있음을 상기시킨다. 또한 트럼프의 미국 등 서구 사회의 포퓰리즘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다.

책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열린 2009년 G20 회담의 생생한 현장의 모습, 각국 정상들의 복잡한 개성과 국가 이익이 충돌하는 모습을 흥미롭게 전하고 있는데, 현재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과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새로운 위기와 겹쳐 읽어도 좋을듯 하다. 

이윤미 기자/me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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