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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부가 ‘스마트팜’ 현실화…농진청을 세계 최고 연구기관으로”
‘덕장형 리더’ 김경규 농촌진흥청장…
인공광 농업·고온 극복형 광폭온실 등 농업기술혁신 의욕적 추진


김경규 농진청장이 최근 자신의 집무실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의 대담에서 그간의 소회와 함께 지난해 12월 취임일성으로 강조한 스마트농업에 대해 소상하게 설명하고 있다. [농촌진흥청 제공]

‘과학과 기술은 더 나은 미래 농업을 만드는 핵심 열쇠다. 그리고 그것은 나의 열정과 결의에서 시작한다.’

이는 전북 전주 혁신도시에 위치한 농촌진흥청 1층 현관에 적힌 글귀다. 지난해 12월 15일 취임한 김경규 농진청장이 가장 좋아하는 글귀이기도 하다. 1962년 수원에서 개청한 농진청은 60여년동안 농업기술개발 및 보급 사업 임무를 수행하면서 대한민국을 성장시킨 대표적인 연구기관이다.

김 청장은 이 글귀처럼 농진청 연구 인력이 하고 싶은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줌으로써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결과를 뽑아 내고 이를 통해 ‘더 나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꾸겠다는 열정과 결의로 가득하다. 농진청을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ㆍ보급기관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김 청장의 목표다.

행정고시 30회 출신인 김 청장은 1987년 공직에 입문한 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 식량정책관, 식품산업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 농업ㆍ식품 정책과 관련된 주요 직책을 두루 섭렵해 농식품 분야 최고 정책통으로 꼽힌다.

특히 김 청장은 그동안 국내 호접란 수출관련 검역 애로사항 해소와 농협사업구조개편, 쌀관세화 등 주요 농정 현안을 진두진휘해 굵직한 성과로 이끌어낸 주인공이다. 합리적이고 빠른 상황 판단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정확한 업무 방향성을 제시해 직원들이 공감하고 따르는 덕장 스타일의 리더로 정평이 나 있다.

▶4차 산업시대 신성장 동력 ‘스마트팜’= “현재 우리 농업과 농촌은 고령화, 수입개방, 기후 변화 등 당면한 과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농업과 생명공학의 융합을 통한 고부가가치 기술 개발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김 청장이 지난해 12월 취임일성으로 스마트농업을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스마트농업은 온실과 축사에 통신개념을 도입하고 스마트폰을 활용해 물, 양분 등을 공급하고 품질ㆍ생산성을 높이는 첨단 농업기술을 지칭한다.

개발된 스마트팜기술을 기존 시설하우스에 접목하는 방식이 1세대 스마트농업이였다면 여기에 생산성을 높인 것이 2세대 스마트 농업으로 바로 ‘한국형 스마트팜’이다.

“2세대 스마트팜은 작물의 최적 생육을 위한 인공지능 알고리즘과 음성ㆍ영상정보 기반 작물정보 인식기술 등을 탑재해 생산량을 높이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전남 화순 한울농장으로 작물 생육단계별 자동측정데이터를 활용해 에너지는 35% 절감하고 생산량은 83.5%나 증가시켰습니다”

농진청은 스마트팜 성능 향상을 위해 농가 200가구 대상 클라우드 기반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스마트팜 정보통신기술(ICT) 기기의 부품 호환성 증진을 위한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 스마트팜 확산을 위한 테스트베드 교육장 조성(28곳)과 전문지도사 양성(60명)에도 나섰다.


▶농업의 미래를 바꾸는 혁신적인 연구에 도전=김 청장은 농업 부문 연구개발 기관의 수장답게 인공 광(光) 농업, 고온 극복형 광폭온실, ‘초미세 농지 일기예보’ 등 우리 농업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혁신적인 연구 주제들에 대한 관심도 지대하다. 초미세 농지 일기예보는 전국 17개 시·군에서 30mx30m 단위로 미세하게 기상을 예보한다는 개념이다.

“인공 광을 이용한 농업을 시도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농업용 공간을 만들어 스타트업 기업에 임대하려고요. 광주의 한 장미농원으로부터 허락을 받아 똑같은 고온 극복형 광폭 온실을 짓고 있습니다. 유리 온실은 여름에 더위 통제가 안 되고 에너지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 온실은 에너지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도 섭씨 30도로 유지할 수 있어요”

이 광폭 비닐하우스 온실은 길이 200m에 높이 18m로 채소뿐 아니라 여러 나무까지 모두 재배할 수 있는 규모다. 이곳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 원료 약재, 의료용 식물 등을 재배하는 게 그가 그려가는 비전이다.

혁신적인 연구 도전의 일환으로 농진청은 아랍에미리트(UAE) 사막에 벼농사를 짓는 프로젝트를 가동 중 이다. “UAE는 사막에서 벼농사를 짓기 원하는데 우리가 도전장을 던져 놓은 상태입니다. 좋은 결실을 맺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김 청장은 세균과 바이러스 등을 포함한 미생물 분야를 들며 질병 통제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다. “왜 구제역은 소·돼지만 걸리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은 돼지만 걸릴가요? 따라서 농진청은 유전적으로 그 원인을 빨리 찾아내 새로운 대처법을 만들려고 합니다. 19∼20세기가 백신을 통한 질병 통제의 시대였다면 21세기에 맞춰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한다고 생각해요. 이제는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병원성 미생물 통제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김 청장은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친 대규모 프로젝트를 가동해 대한민국이 5∼10년 뒤 미생물을 통해 농업과 인류에 기여하는 과학 강국이 되는 게 농진청의 비전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 김 청장은 미생물발효연구센터 구축을 구상하고 있다.

또 농진청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와 함께 아시아 지역의 토양정보를 담은 토양 지도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김 청장은 지난달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FAO 회의에서 이 같은 계획을 공개했다.

“우리나라는 과거 1960년대부터 국제기구의 도움을 받아 훌륭한 토양지도를 만들어냈습니다. 이제 우리가 돌려줄 때가 됐다고 생각해요. 올해 하반기에 FAO와 합작으로 아시아 13개국의 토양 지도를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남북 농업 협력, ‘대한민국의 새로운 기회’= 김 청장은 남북한 농업협력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농업 과학자와 유전자원의 교류라고 강조했다. 남북은 지난 2007∼2008년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 일종의 유전자원 은행인 ‘유전자원센터’를 만들기로 합의했지만, 실현되지 못했다.

“북한 농업의 토대를 이루는 북한 지역 유전자원을 파악하고, 이용가능한 상태로 만들어야합니다. 유전자원에 대한 정보 교류도 필요합니다”

김 청장은 위도가 높아 상대적으로 서늘한 북한은 기후변화 시대의 농업 부문에서는 또 다른 기회의 장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에서 심는 작물이 훗날 황해도나 북측 강원도 지역까지 재배 지역이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

“2008년 우리가 북측에 제공한 감자 품종이 2010년 민간 조사에 따르면 북한 감자의 50%를 대체했다고 합니다. 이처럼 남북 경제 교류에서 농업 분야가 우선적으로 이뤄질 수 있습니다. 남북 농업 분야 협력은 대한민국 농업에도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농진청은 남북농업협력을 대비해 남북기술협력지원단을 설치하고 운영함으로써 정부와 지자체 및 대북지원 민간단체의 농업 협력을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 청장은 농진청의 연구가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 농업인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농가소득 향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농진청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기조인 소득주도 성장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미래성장 동력확보를 위한 농업기술혁신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배문숙 기자/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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